느릿느릿 템포로 '유전'과 흡사한 공포 선사…결정적 한방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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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하지만 기대보다 덜 웃기는 '아마존 활명수'
해고 위기에 처한 양궁선수 출신 회사원 '진봉'(류승룡)은 경영진으로부터 아마존의 볼레도르란 작은 나라에 가 양궁 국가대표팀을 만든 뒤 이 대가로 금광 채굴권을 얻어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아마존 숲속에서 신이 내린 활 솜씨를 지닌 원시 부족의 전사 세 명을 만난 '진봉'은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과 함께 서울로 향한다.
아마존 원주민 전사가 양궁 선수로 거듭난다는 설정 자체가 웃음을 전제로 삼고 있는 만큼, 이 영화의 목적은 '폭소 만발' 그 이상, 이하도 아니어야 한다. 그러나 스포츠 드라마를 한 축으로 삼고 자연 파괴에 대한 경고 메시지와 가족애 등을 관객 대부분이 예상하는 방식으로 평이하게 섞다 보니, 착하지만 정작 웃기지 않은 코미디에 머무른다.
류승룡이 특유의 진지한 코믹 연기로 고군분투하지만, 작품을 살려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곁에서 거드는 진선규의 어설프면서도 수다스러운 한국어 연기는 '스타워즈' 프리퀄에서 엄청나게 많은 출연 분량에도 왜 나오는지 의구심을 자아냈던 '자자 뱅크스'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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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계속된 일가족 연쇄 살인 사건의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의 생일이 14일이라는 것과 '롱레그스'라는 서명이 적힌 암호 카드뿐이다. 남다른 능력의 FBI 요원 '리'(마이카 먼로)는 어린 시절 기억을 바탕 삼아 지금껏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암호를 해석하는데 성공한다.
이른바 '깜짝쇼' 없이 스멀스멀 등을 타고 기어오르는 공포의 기운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롱레그스'는 아리 에스터 감독의 '유전'과 궤를 같이 한다. 또 영민하지만 유년 시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모습은 '양들의 침묵'의 '클라리스 스탈링'(조디 포스터)과 흡사하다.
이 같은 분위기와 캐릭터 묘사 방식은 일종의 판타지일 수 밖에 없는 오컬트 호러에 스릴러의 현실감을 더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제작을 겸한 니컬러스 케이지의 기괴한 악마 변신으로 방점을 찍으며 공포 지수를 끌어올리려 애쓴다.
그러나 강약의 조절 없이 시종일관 같은 호흡을 유지하는 탓에 결정적인 한방 없이 막판에는 다소 지루해진다는 게 흠이다. 공포영화의 걸작 '사이코'로 잘 알려진 배우 안소니 퍼킨스의 아들 오스굿 퍼킨스 감독이 연출 지휘봉을 잡았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