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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시들’ ELS 대신 ELB에 뭉칫돈… 증권사는 역마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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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기자

승인 : 2024. 07. 10. 17:56

ELS 사태에 ELB 수요 '풍선효과'
증권사 고수익 내세워 공격 판매
상반기 첫 ELS 발행규모 넘어서
역마진 리스크 커 회의적 전망도
올 상반기 처음으로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발행 규모가 ELS(주가연계증권)를 넘어섰다.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 홍콩 ELS 사태로 투자자들의 경계가 심한 영향이라는 분석과 최근 증권사들이 고수익 ELB 상품을 판매 전략으로 내세운 결과라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연초 홍콩 ELS 사태로 투자 위험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원금이 보장되는 ELB 시장으로 눈을 돌린 건 맞지만, 여기에 더해 증권사들이 최근에 내놓은 '원금 보장+고수익률' 판매 전략이 고객을 유인했을 거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ELB가 ELS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장 ELS를 판매하지 못하는 은행이 고수익 ELB 상품으로 대체 판매하고는 있지만, 홍콩H지수 ELS 사태 충격이 가시면 고수익을 선호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다시 ELS 판매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역시 부담이다.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는 ELB는 역마진 우려가 크다. ELS 발행 시장이 축소되면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고수익 ELB를 적극 발행하고 있지만, 이를 유지하기엔 한계가 있다. 증권사들이 고수익 ELB 발행을 중단하기 시작하면, 투자자 입장에선 결국 다시 ELS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ELB 규모가 10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ELS 발행이 7조9000억원에 그쳐 반토막 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권사별 발행 규모를 보면 신한투자증권이 1조5000억원으로 가장 컸고, 한국투자증권(1조4000억원), 하나증권(1조1000억원)도 1조를 넘어섰다. 특히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전년보다 5배가량 크게 늘었다.

ELB 발행 규모가 ELS를 넘어선 배경을 두고, 증권업계는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ELS 투자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ELB 수요가 증가한 풍선효과라고 보고 있다. 연초 홍콩H지수 ELS 사태 등을 거치면서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 위험이 적은 ELB를 대체재로 선택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두 상품은 기초자산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라는 면에선 비슷하지만, ELS는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반면에 원금을 잃을 확률이 있고 ELB는 위험성이 낮은 대신에 원금 보장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 고수익에 초점을 맞춘 판매 전략을 내세운 것이 시장에서 통했다는 분석도 있다. ELB가 안정적인 상품이지만, 파생결합증권임을 감안할 때 수익률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런데 증권사들이 고수익 ELB 상품을 내놓으면서 안정성과 고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최근 증권사들은 지수형 ELS 수익률과 유사한 수준의 저위험 중수익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ELB 수익률은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수익률이 연 환산 4~7%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에 출시한 ELB 수익률은 많게는 10%를 훌쩍 넘고, 최대 수익률을 18%까지 제시하는 상품도 등장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이 코스피200 지수의 만기 시점 위치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레인지형 상품을 지난 1일까지 판매했다. 만기일인 1년 후 코스피200 지수가 15%를 초과해 상승하면 연 17.5%의 최대 수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ELB의 향후 전망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회의적이다. 증권사들의 역마진 우려로 인해 고수익 ELB를 계속 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파생상품 만기 상환 등으로 인한 필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고금리 ELB를 발행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발행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다.

이에 고수익형 ELS에 대한 수요가 회복하면 ELB 시장의 열기는 식을 것이란 의견이 힘을 받는다. 고수익 ELB 상품이 점점 줄어들게 되면 투자자들은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ELS에 다시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홍콩H지수 ELS 사태 손실 충격이 완화되면 ELS의 투자수요가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ELS 발행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고수익 파생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과 판매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금리가 저금리로 이어지는 구간까지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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