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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르몽드' 기자이자 작가인 저자가 오로지 작품으로 자신의 삶을 얘기한 작가 쿤데라를 찾아 그의 작품 속으로 떠난 문학 산책이다.
저자가 쿤데라의 작품에서 뽑아낸 텍스트들이며 그와 나눈 대화 조각들, 그와의 추억들, 그의 자취를 찾아 떠난 보헤미아 여행 수첩, 많은 사진과 데생 등을 이 책에 모은 목적은 단 하나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사람, 우리의 꿈과 거짓말이 어떤 농담을 먹고 자라는지를 부단히 제시해온 이 아이러니와 환멸의 거장을 재발견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돕는 것이다.
전기로 여러 상을 수상한 작가임에도 저자는 쿤데라에 관한 이 책을 일반적인 전기 방식으로 구성하지 않았다. 개인의 삶을 앞으로 내세우는 대신, 그의 작품 속 문장을 찾아 인용하고 그것에 작가의 삶을 대입시켰다. 기구하고도 슬픈 삶의 많은 이야기가 그의 책 속에 있고, 때로는 글이 실제 삶보다 앞서 나가기도 했다. 저자가 마치 산책이라도 하듯, 과거와 현재를 부단히 오가며 쿤데라의 삶과 작품을 이리저리 넘나드는 이 책 곳곳에서 인간 쿤데라와 그의 작품에 대한 저자의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쿤데라의 그늘을 굳이 들춰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것보다는, 뼛속까지 세계 문학·영화·음악·연극·그림·예술의 역사로 빚어진 그가 유럽의 지적 쇠퇴, 문화의 포기, 메말라 가는 예술에 대한 갈증, 추(醜)의 범람, 미(美)의 망각 등을 다른 누구보다 깊이 느끼는 그 방식에 관해 얘기하고자 한다.
"쿤데라와 비슷한 사람은 쿤데라뿐이다. 쾌활함과 우수가 섞이고, 명쾌함과 모호함이 섞이고, 조롱과 공감이 섞이고, 단순함과 복잡함이 섞이는 이런 혼합은 사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쿤데라가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음을, 우정을 매우 소중히 생각했음을 추억한다.
저자가 쿤데라와 개인적 친분을 맺게 된 것은 '르몽드'에 입사해 책 분야를 담당하면서부터다. 기자로서, 기자를 싫어하는 작가와의 만남을 어렵사리 시도해보았다는데, 운 좋게 허락된 그 인연은 수많은 추억을 쌓으며 쿤데라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덕택에 이 책에는 쿤데라 부부와의 우정을 바탕으로, 쿤데라 작품에 대한 깊은 경탄과 이해가 가득 담겨있다.
플로랑스 누아빌 지음. 김병욱 옮김. 뮤진트리. 3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