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 등 정쟁 반복 우려
복수 수단·지지층 달래기 비판
3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접수된 특별검사 임명법안은 '한동훈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건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접수한 '김정숙 특검법', '쌍방울 특검법'까지 합하면 개원 후 닷새만에 5개의 특검법이 발의됐다. 김정숙 특검법을 제외한 4개의 특검법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서 발의했다.
192석에 달하는 범야권이 주도한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극한의 대치 국면이 무한정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겨누는 대상이 윤 대통령과 그 부인 김 여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화영 전 경기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팀 등으로 사실상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야당이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은 한 전 위원장의 검사·장관 재직시절 있었던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자녀의 논문 대필 의혹을, 쌍방울 특검법은 검찰이 이재명 대표와 이 전 지사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조작이 수사 대상이다. 쌍방울 특검법에 대해선 야당에서도 "지지층만 바라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본지에 "수사팀을 흔든다는 비판을 받을 게 뻔한데 극성 팬덤 정치의 한 단면 아니겠나"고 귀띔했다.
21대 국회 마지막 날 부결된 채상병 특검법은 특검 선정에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개입할 근거가 마련됐고, 수사 대상도 크게 넓혀서 재발의됐다. 폐기된 특검법은 야당 교섭단체(민주당)가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변호사 4명을 특검 후보로 추천받아 2명의 후보자를 윤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했지만, 새 법안은 비교섭단체까지 특검 추천권을 부여한 것이다. 사실상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1명씩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고, 윤 대통령이 1명을 임명토록 했다. 대통령이 3일 이내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연장자를 특검으로 임명한다는 독특한 조항까지 추가해 대통령이 고의로 특검 출범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제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공수처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미진하다면 먼저 특검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야당 주도로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거부권 행사가 점쳐진다.
거야의 전방위 특검 폭주에 여당도 맞불 작전에 나섰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김정숙 종합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김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첫 배우자 단독 외교'라고 자평했지만, 셀프초청·혈세관광 논란이 불거지자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의원은 "당초 2600만원이면 됐을 예산이 대통령 휘장을 단 전용기를 이용하며 15배인 3억7000만원으로 불어났는데, 이 가운데 무려 6292만원이 기내식 비용이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며 "명백한 혈세 낭비"라고 비판했다.
다만 22대 국회 의석 수를 고려하면 108석 뿐인 국민의힘 주도로 김정숙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문가들도 여당이 특검 맞불작전에 나서는 데 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야당이 특검법을 들고 나온다고 (여당이) '그럼 우리도 특검으로 맞대응하자'는 건 강대강으로 맞서자는 얘긴데, 21대 국회 후반에 벌어진 프레임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자해성 해법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오히려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