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암병원은 최근 난치암으로 불리는 췌장암·간암 치료에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 지난 28일 췌장암 3기 환자 김모씨(47·남)를 대상으로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치료에 들어갔다. 치료는 주 4회씩 12회로 3주간 진행된다.
김씨는 지난 2021년 췌장암 3기를 진단받고 수술이 불가한 상태로 연세암병원에서 항암약물치료를 했다. 진단 당시 종양이 복부 혈관을 둘러싸고 있어 24차례 항암약물치료를 시행했지만 암이 더 진행됐다. 스텐트를 삽입해 황달 증상을 조절한 뒤 약제를 바꿔 항암약물치료를 지속하던 중 중입자치료를 결정했다.
췌장암 5년 생존율은 10%에 불과하다.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QST)에 따르면 병기가 진행돼 수술이 불가한 췌장암 환자의 경우 항암제와 중입자치료를 병행했을 때 2년 국소제어율이 80%까지 향상됐다는 보고가 있다. 국소제어율은 치료받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는 확률로 특정 부위를 타깃하는 중입자치료에 있어 치료 성적을 알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중입자치료 후 5년 생존율이 56%라는 성적도 나오고 있어 우수한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
간암 3기 진단을 받은 이모씨(73·여)도 같은 날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 총 4회 조사를 받는 이씨의 치료는 일주일이면 끝난다. 지난 2022년 간암 3기 판정을 받은 이씨는 수술을 받았지만 2023년 재발, 수술을 한 번 더 받고 항암치료를 했지만 올해 다시 재발했다는 소견에 따라 면역항암제 복용 중 중입자치료를 받기 위해 연세암병원을 찾았다.
간암은 방사선치료가 까다롭다. 신경세포가 적은 탓에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해 발견이 늦어 병기가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는 데다 간경화 등으로 간 기능이 저하돼 방사선으로 인한 간독성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중입자치료는 정상 세포는 피하고 암세포에만 고선량 방사선을 집중 타깃하는 특성으로 부작용은 줄이되 치료 효과는 높일 수 있다.
실제 일본 군마대학병원에서 중입자치료를 받은 간암 환자의 2년 국소제어율은 92.3%나 됐다. QST의 임상연구에서는 5년 국소제어율 81%를 기록했다. 특히 종양의 크기가 4cm 이상으로 큰 경우에도 2년 국소제어율이 86.7%였고, 2년 생존율은 68.3%로 높았다.
중입자치료는 필요 시 항암치료 등 기존 치료와 함께 사용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췌장암·간암 등 발견이 늦어 병기가 진행돼 수술이 어려운 경우 환자 상태에 따라 항암치료 등으로 암 크기를 줄인 뒤 중입자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췌장암과 간암은 주변에 정상 장기가 많고 발견이 늦는 경우가 잦아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 많지만 중입자치료는 이때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기존의 항암치료와 새로운 중입자치료의 조화를 잘 이뤄서 최고의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연세암병원은 고정형치료기 1대와 회전형치료기 2대를 보유중이다. 고정형치료기는 전립선암, 회전형치료기는 췌장암·간암·폐암 등에는 쓰인다. 연세암병원은 조만간 폐암 치료도 시작할 예정으로, 하반기에는 두경부암 등 순차적으로 치료 암종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