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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리반환 주인공 빠지면 어떡하나”…불교계 목소리에 尹·김건희 회암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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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기자 | 황의중 기자

승인 : 2024. 05. 19. 11:22

윤 대통령 부부, 양주 회암사 '사리이운문화축제' 참석
"100년 만의 반환, 여사 공덕 크다"…행사 참석 호소
헌등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서 헌등한 뒤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리 반환 공덕주, 주인공이 빠지면 어떡합니까."

김건희 여사가 19일 윤석열 대통령과 경기도 양주 회암사 '사리이운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참석한 것은 100년 만에 단행된 회암사 사리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 자리로 돌아감)에 김 여사의 공이 크다는 불교계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는 지난 4월 16일 미국 보스턴미술관으로부터 기증받은 3여래2조사의 사리가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환지본처되는 것을 기념하는 뜻깊은 행사다.


◇14년 지지부진하던 반환 논의, 김 여사 나서자 '급물살'

김 여사는 지난해 4월 미국 국빈방문 당시 보스턴미술관을 찾아 회암사 사리구와 사리를 접하고 환지본처를 위해 적극 나섰다. 김 여사가 양국 논의를 제안하며 중간 역할을 한 덕분에 지난 14년 간 지지부진했던 사리 반환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회암사 사리는 1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 때문에 불교계는 김 여사가 지난 15일 부처님 오신날 행사에 불참한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불교계는 사리반환에 큰 공을 세운 김 여사가 사리 환지본처 직후 열린 가장 큰 불교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주인공이 빠진 것"이라고 하며, 회암사 사리이운문화축제에는 꼭 참석해 자리를 빛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대통령실에 여러 경로로 전달했다.

불교계는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참석 전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대종사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이 같은 건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사리 환지본처는 영부인께서 보스턴미술관을 찾은 자리에서 반환 논의의 재개를 적극 요청하는 등 큰 역할을 해 주셔서 모셔올 수 있었다"며 "불교계에서도 크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인사를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시 진우스님이 "주인공이 (부처님 오신날 행사에) 빠지면 어떡하나. 주인공이 없는 행사"라고 하며 아쉬움을 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회암사 사리이운문화축제에는 꼭 참석해 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김 여사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과 봉은사에서 비공개로 점심 공양을 계획했지만, 언론 관심 등의 부담으로 행사 직전 불참을 통보했다.
대화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행사 참석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연합뉴스
◇불교계 "김 여사 공덕 참으로 커"…외부 활동 힘 실어줘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가) 이렇게까지 안 가실 이유가 있냐, 비공개로 하더라도 꼭 가셨으면 좋겠다"고 하며 김 여사의 회암사 행사 참석을 요청하는 불교계의 큰 목소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회암사 행사 참석은 당초 크게 고려되지 않았지만 김 여사 참석이 결정되며 함께 가는 방향으로 정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불교계는 회암사 사리 반환은 '국가적 경사'로,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역할을 한 것을 매우 큰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회암사의 사리(3여래(가섭불·정광불·석가모니불) 2조사(지공선사, 나옹선사))는 인도에서 시작된 부처님의 가르침이 고려 말 조선 초 큰스님인 지공·나옹선사를 통해 조선 최대 사찰 회암사에서 전해져 이 땅에 불교의 꽃이 핀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1500년 역사의 한국불교의 정통성과 법맥(法脈)을 나타내는 중대한 국가유산이 국가원수와 영부인의 주도로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석가모니 사리와 국사의 사리가 하나의 함에 모셔진 것 역시 희귀한 사례로, 불교계에서는 매우 귀한 유산으로 평가한다.

김 여사는 명품백 수수 논란 등으로 지난해 12월 15일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 동행 귀국 이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지난 16일 한-캄보디아 정상 부부 오찬 참석에 참석하며 153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야권이 김여사에 대한 특검법 발의를 예고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 김 여사가 당분간 절제된 행보만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불교계가 회암사 사리반환에 대한 김 여사의 공을 크게 부각하자 이번 행사 참석을 거부하긴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문화축제를 준비한 호산스님은 "국가원수와 영부인이 직접 관심을 보이면서 사리 반환의 숙원이 이뤄졌다. 대사관이나 영사관, 항공사까지 모두 도와주셨다"며 "종단만의 노력이 아닌 국가적인 조력이 더해져서 이뤄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건 국왕이 나서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며 "우연한 기회였음에도 큰 관심을 보여 환지본처를 이룬 김 여사의 공덕이 참으로 크다"고 말했다.
보스턴 미술관 한국실 관람하는 김건희 여사
지난해 4월28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을 국빈 방문한 김건희 여사(왼쪽)가 보스턴미술관 한국실을 관람하고 있다. 김 여사는 이때 회암사 사리구와 사리를 접하고 환지본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연합뉴스
◇진우스님 "영부인 사리 이운 봉안 '공덕주'…선명상센터 건립 힘 보태달라"
진우 스님은 이날 법어를 통해 회암사 복원에 정부가 힘을 써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고려시대 지어진 회암사는 266칸의 거대한 왕실 사찰이었지만 조선 명종 대에 억불숭유 정책을 주장하는 유생들의 득세로 결국 폐사됐고, 16세기 후반 원인 모를 화재로 불에 타 현재는 터만 남은 상태다. 상징성이 큰 절인 만큼 회암사의 재건은 불교계의 숙원이다.

진우 스님은 "선명상을 국민들에게 보급해 국민들의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최첨병의 역할을 하기 위해 이곳 회암사에 세계적인 선명상센터를 건립해 역사유물 관람과 함께 한국의 선명상을 체험하게 하여 세계인들이 선호하고 찾게 되는 세계적 명소를 만들어 내는 일이야말로 시대적 소명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양주시와 경기도 그리고 정부와 국가에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으로 부국의 창구를 이곳에 만들어 주시길 기원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특별히 영부인께서 사리 이운 봉안에 공덕주가 되셨으니 후속적인 역사에도 힘을 보태주실 것을 당부드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진우스님은 "회암사 터와 똑같이 복제해 그곳에 회암사와 똑 닮은 전각들이 복원돼 우리나라 미래 천년의 흥왕이 시작되고 나라 발전이 진행되는 과정들을 복원불사에 담아내기만 한다면 미래천년의 민족의 창달 역사를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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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미술관 소장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제공=조계종
홍선미 기자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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