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등 C커머스 성장 여파로 풀이
2027년까지 로켓배송 전국 확대로 맞대응
전문가 "국내 인프라 갖춘 쿠팡이 경쟁 우위"
◇영업이익 반토막에 당기순손실 전환···C커머스 공세 현실 됐다
8일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분기 영업이익은 531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 대비 61%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3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2022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적자전환했다.
물론 외형 확장은 지속됐다. 쿠팡은 1분기에만 9조4505억원의 매출을 벌어들이며 첫 9조 매출의 문턱을 넘어섰다. 또 회사의 주력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의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0% 올랐으며 쿠팡이츠와 파페치, 대만 사업 등 성장 사업의 매출도 4배 이상 증가했다.
1분기 쿠팡의 외형과 수익성이 반비례한 배경으로는, 파페치 인수로 대표되는 투자 비용의 증가와 지난해 말부터 매서운 추격을 보여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이날 열린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직접 언급하며 그 위기감을 전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진출이 소비자들이 다른 쇼핑옵션을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올해 상품과 고객 투자를 크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물러날 곳 없는 쿠팡과 C커머스, 맞대결로 승자 가린다
쿠팡이 C커머스의 성장과 투자 확대의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알리와 테무 역시 국내에서 문제점을 지속 노출, 기세가 주춤해지며 이들의 대결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실제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지난달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를 조사한 결과, 알리와 테무의 이용자 수가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기준 2위에 위치한 알리의 경우, MAU 수가 858만명으로 집계되며 전월 대비 3.2%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이어 3위인 테무도 0.7% 감소한 823만명이 앱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쿠팡은 멤버십 요금 인상이라는 악재에도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며 격차를 벌렸다.
'파죽지세'로 이용자 수를 늘려온 알리와 테무의 기세가 최근 꺽인 데에는 상품의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는 한편,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도 제고됐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한국소비자원이 주요 생필품 30개 품목을 대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와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최종 표시 가격을 비교한 결과, 일부 상품은 국내 기업의 판매가가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G마켓이 C커머스를 겨냥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국내 이커머스의 할인 및 혜택 강화 행보도 직면하게 됐다.
진출 초기부터 제기됐던 판매 상품의 품질 논란도 이용자 이탈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관세청이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제품 252종의 성분을 분석, 그중 38종에서 카트뮴을 비롯한 발암물질이 검출되며 이 같은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C커머스의 빈틈이 생겨나자 쿠팡은 1분기 영업익 급감에도 투자를 확대하며 기존의 강점을 강화한다. 우선 2027년 전국민에게 빠른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회사는 2026년까지 3조원을 투자, 신규 물류센터 8곳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또 국내 셀러에 대한 관심도 이어간다. 쿠팡은 올해 22조원을 한국산 제조사의 제품 구매와 판매 금액으로 활용하며 국내 제조업체와 중소기업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전년의 17조원보다 늘어난 수준이다.
마지막으로는 멤버십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의 혜택 강화를 제시한다. 김 의장은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무료 배송과 반품, 전용 할인 등에 4조원의 와우 멤버십 혜택을 제공한 지난해보다 투자를 확대, 올해 5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대결은 국내에 양질의 인프라를 갖춘 쿠팡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쿠팡은 빠른 배송 서비스를, 알리를 비롯한 C커머스는 초저가 판매라는 각각의 강점을 가지고 경쟁에 임하는 모습"이라며 "다만 쿠팡이 물류센터 등 기존 국내에 투자한 인프라를 알리가 단기간에 극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보인다. 물론 알리에서도 국내 물류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으나 규모의 측면에서 쿠팡의 배송 경쟁력을 따라잡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C커머스의 성장으로 나타난 긍정적인 부분도 강조했다. 서 교수는 "쿠팡도 현재 우위에 있긴 하나 알리에서 초저가 경쟁력을 내세우면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