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고도의 관리 요하는 향정…의사 과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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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아시아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이러한 대리 처방 혐의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의료법상 처벌 대상이다. 환자의 의식이 없을 때, 환자의 거동이 불편할 때, 병이 지속돼 동일한 처방이 장기화될 때 등의 경우 가족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한 자에게만 대리 처방이 허용된다. 이를 어기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인 '스틸녹스정'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대리 처방 자체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환자 한 명에게 처방할 수 있는 개수가 정해져 있어 그 이상을 받기 위해 타인에게 부탁한 뒤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법 전문인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법률사무소)는 "스틸녹스정은 만성 질환에 쓰이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본인이 가야만 처방을 받을 수 있다"며 "모든 대리 처방 자체가 불법인 사항"이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내가 먹을 것'이라며 스틸녹스를 처방받은 다음 이를 전달한 것은 대리 처방이 아니라 허위 처방을 받은 것"이라며 "향정 처방은 일반적 업무가 아니라 고도의 관리를 요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의사가 여러번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작업이다. 의사가 진료 시 이를 행하지 않았다면 과실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아인은 오래 알고 지낸 패션 브랜드 대표에게 "친누나가 스틸녹스를 복용하니 대신 처방해달라"고 부탁해 대리 처방을 받았고, 오재원의 경우 두산 베어스 후배 야구선수 8명이 수면제를 대리 처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준영 마약 전문 변호사는 이와 관련 "지위를 이용해 허위 처방을 받아줄 것을 압박·요구하는 경우 강요죄도 성립할 수 있다"면서 "그러한 요구를 받고 허위 증상으로 대신 약을 받아다 줄 경우 참작은 될 수 있어도 모두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중독자들 사이에선 이른바 '잘 뚫리는' 병원들이 있다"며 수면제 명의 도용 처방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의사들의 무지성 진료와 쪼개기 처방을 꼽았다. 정 변호사는 "의사들이 제대로 증상을 진료하지 않고 쉽게 스틸녹스를 처방해주는 병원들로 중독자들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며 "'쪼개기 처방으로 수면제를 과다 처방해주는 의사들도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