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증액분 포함 비싼 금액 지불
공사비 올라 시공사 찾기 어려워지자
시행 측 '울며 겨자먹기'로 요구 수용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전 도안2-2지구 공동주택 신축공사의 시행을 맡은 유토개발2차는 최근 현대건설과 1조5588억2700만원 규모의 시공계약을 맺었다.
이 사업지는 앞선 지난해 12월 13일 대우건설이 시공권을 잃은 현장이기도 하다. 기존 계약금인 1조1476억6560만원에 더해 원잿값·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요구한 공사비 증액이 무산돼서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수주액은 대우건설이 제시한 계약금과 공사비 증액분을 합친 금액보다 더 큰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사업주체가) 기존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 수준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시공계약을 해지했을 것"이라면서도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공사비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새 시공사를 찾기 어려워지자 공사비 기준을 완화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동산경기 침체 지속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주택 사업 운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 중 7곳이 단 한건의 정비사업도 수주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계약 해지를 불사하고 정비사업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강하게 요구하는 시공사들도 적지 않다.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경기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445만원에서 659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가 시공권을 잃었다. 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 컨소시엄도 같은 이유로 부산 괴정5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발을 뺐다.
반대로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순순히 응하는 조합들도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현대건설과 3.3㎡당 공사비를 기존 512만원에서 784만원으로 인상키로 합의했다.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 조합도 지난 16일 3.3㎡당 공사비를 기존 569만원에서 2배 높은 130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전문가들은 시공사들의 주택 사업 운영 기준이 깐깐해지고 있는 만큼 시행사나 조합 등 도시개발 및 정비사업 주체의 원활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공사비 인상과 더불어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경색 위기가 맞물리면서 주택 사업 영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 수용과 계약 해지를 둔 사업 주체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