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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쇄신 진옥동號…임원 수 줄여 강한 신한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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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기자

승인 : 2024. 04. 17. 18:50

4대 금융그룹 중 신한 변화 폭 최대
진 회장 '정도경영, 내부통제, 일류신한'방점
진옥동 체제, 성장 중심 → 지속가능으로 무게 이동
기존 11부문 조직 상당수 흡수, 폐지...임원수 줄여 '슬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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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4대 금융그룹 중 조직내 변화폭이 가장 큰 곳은 단연 신한금융이었다.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는 그대로 두되 신한금융 조직을 대폭 줄이고 개편하면서다. 신한금융의 변화를 두고 일각에선 '조용병 전(前) 후(後)'로 나누기도 한다. 조 전 회장 시절엔 M&A(인수합병)를 통한 '성장·리딩뱅크·종합 포트폴리오의 완성' 에 집중했다면 진 회장은 '정도경영·일류신한·내부통제'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취임 1년만에야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 진 회장이 개편한 조직을 뜯어보면 '더 이상의 성장은 쉽지 않다'는 그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전혀 다른 두 CEO에도 관통하는 맥은 있다. 신한금융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조 전 회장이 '성장'에 무게를 뒀다면 진 회장은 '지속가능'으로 추를 옮겼다. 특히 지난 1년은 전임 회장이 성장에 무게를 두고 만든 조직을 그대로 이어받은 면이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진 회장의 정도경영 속 조직 축소가 본격화됐다.

특히 진 회장은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내부에서 '진 회장이 던진 의미를 파악해라'는 말이 돌 정도다. 지난해 신한금융 임원 11명 중 5명이 유임됐고 진 회장의 신임을 얻은 3명의 임원이 등용됐다. 직무 중심의 경영진 선임을 통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성하고 영역별 전문성도 강화했다.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자는 명목 하에 조직과 임원 규모를 대폭 줄였는데, 결과적으론 인적쇄신이라는 진 회장의 의도가 적중했다는 평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기존 11부문, 4본부, 20개팀이었던 조직을 4부문, 8파트, 21개팀으로 개편했다. 기존 부문들이 상당부분 폐지·흡수되면서 임원수가 11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 부문 산하에 있는 파트장을 제외하면 실제 경영진은 6명으로, 기존보다 절반 가량을 줄인 셈이다. 다만, 신한금융 전체 임직원 수는 작년 173명에서 올 3월말 기준 182명으로 소폭 늘었다. 임원수는 줄이되 파트장격인 실무자는 늘려 조직을 피라미드 구조로 바꿨다는 설명이다.
폐지·흡수된 조직은 원신한부문과 그룹신사업 및 글로벌 본부가 대표적이다. 원신한은 기존 조 회장이 '따로 또 같이'라는 구호로 신한금융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위해 만든 조직이었는데 해당 부문이 폐지됐고 신사업 및 글로벌사업부도 신한금융이 아닌 각 계열사에서 담당하도록 했다. 그간 신한금융이 전 계열사의 글로벌 시너지를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디지털부문과 ESG본부도 파트로 격하해 전략부문에 흡수됐다. 소비자보호부문 안에 준법지원팀을, 운영부문에 브랜드전략팀 등을 통합·흡수시켰다. 그간 각 부문별로 역할을 담당했던 임원 수도 줄이면서 불필요한 경비 절감, 중복업무를 배제했다. 과거 몸집을 불리던 시기에는 각 부문을 쪼개 역할을 나눠야 할 만큼 업무가 많았지만 현재는 그만큼 성장세가 크지 않기 때문에 부문을 통합했다는 설명이다.

진 회장이 등용한 8명의 임원 중 3명이 신규로 선임됐는데 이중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천 부문장이다. 신한금융 전 계열사에서 그에 대해 '진옥동의 키맨'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한금융의 CFO인 천 부문장은 199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리테일지점장, 원신한전략팀, 경영관리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았다. 2017년엔 신한카드에서 글로벌사업본부장도 역임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SBJ설립을 추진했는데, 천 부문장이 당시 SBJ설립 준비위원 중 한 명이었다. 진 회장은 2008년 오사카 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SBJ설립 인가를 도운 것으로 전해지면서 두 사람은 SBJ설립 원년 멤버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천 부문장은 재무와 전략 능력을 겸비한 인물로 합리적이라는 평이다. 재무는 물론 글쓰는 작업에도 밝을 뿐 아니라 내부에선 그간 CFO 중 '가장 정제돼 있는 인물'로 꼽힌다.

이인균 부문장은 그룹내 사업 및 운영을 총괄하면서 신한금융의 안살림을 도맡고 있다. 조 전 회장이 은행장을 지내던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왕호민 부문장과 함께 가장 오랫동안 임원을 지내고 있는 인물이다. 업무에 있어서 가장 철두철미하고 예리하며 자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문장도 2008년 진 회장과 함께 오사카지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고석헌 부문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개인고객부, 뉴욕지점, 미래전략부, 브랜드전략팀 등을 거친 '브레인'으로 통한다. 대외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뛰어나고 지주의 전략 부문을 맡아 M&A 과정에서 추진력있게 역할을 잘 해냈다는 평가다.

왕 부문장은 신한만의 조직문화를 만든 산증인으로 통한다. 신한문화실장으로 있으면서 조직내 리더 그룹을 양성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주말도 반납하며 일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데, 일명 '똑똑하고 부지런한' 선배로도 통한다. 특히 과거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이 가장 존경하는 후배 직원으로도 꼽았던 인물이다. 준법감시 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직원들로부터 '형'으로 불릴 정도로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고 있다.

방동권 파트장도 조 전 회장 때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발탁돼 현재까지 리스크담당 업무를 하고 있는 전문가다. 독보적인 리더이기 보다는 직원들에게 업무 권한을 이임해 스스로 인사이트를 넓힐 수 있도록 돕는 스타일이다. 특히 '즐겁게 일해야 된다'는 신조로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걸로 유명하다. 스스로 별명을 '방크로'라고 부르면서도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솔선수범형 전문가다.

박현주 파트장은 여성 임원으로 호탕한 여장부 스타일로 통한다. 소비자보호 관련 업무로 사람을 만나야할때도 직원이 아닌 본인이 직접 가서 만나 소통할 정도로 대외활동을 왕성하게 한다. 특히 박 파트장은 노조 부위원장 출신으로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개선해주는 리더로 정평이 나있다. 고객 뿐 아니라 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소통을 통해 조직을 이끌고 있다.

김준환 파트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진 회장이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SK C&C에서도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부문을 이끌었던 박학다재한 인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0년말 신한은행에 합류해 현재 신한금융의 디지털혁신을 이끌고 있으며 주도적으로 업무를 하는 스타일이다. 올 초 스페인에서 열린 MWC에 진 회장과 함께 동행해 신한금융의 디지털 과제 방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지온 파트장은 신한은행의 외환사업부 및 기업금융을 담당해오다 올 해부터 감사파트를 맡게 됐다. 그룹 운영이나 성과를 감독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내부에선 조용하면서도 세심한 리더라는 평을 받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직 슬림화가 조직 축소라기보다 의사결정 구조를 슬림화했다는 의미"라면서 "부문별 비슷한 기능을 합쳐 조직을 통폐합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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