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은 팬덤 형성에 효과적이지만 진입장벽 높아
SM, 플레디스 등을 시작으로 '이지리스닝' 이어질듯
|
SM엔터테인먼트 신인 보이그룹 라이즈는 '이모셔널 팝'을 내세우며 데뷔곡 '겟 어 기타'부터 '토크 색시' '러브 119' 등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세븐틴의 후배 그룹 투어스 역시 '보이후드 팝'이라는 장르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로 데뷔를 알렸다. '보이후드 팝'이란 일상 속에서 아름다운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을 뜻한다.
최근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들은 이지리스닝을 앞세우고 있다. 세계관으로 팬덤을 형성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다른 현상이다. 이는 세계관의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박희아 음악평론가는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대중들에게 뭔가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제작자들은 차별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만 답을 찾기 어려워진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그러나 한편으로 세계관은 새로운 팬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난해한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기존의 팬들과 쉽게 동화되지 못했다.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쏟아야 하는 애정과 시간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방탄소년단 이후에는 비슷비슷한 내용의 세계관이 여러 그룹을 통해 반복됐다. 이에 대중들은 지루함과 진부함을 느끼게 됐다. 이지리스닝은 이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지리스닝을 앞세운 직관적이고 가벼운 곡들은 실제로 음원차트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라이즈의 최신곡인 '러브 119'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 톱100에서 최고 4위까지 오르는 호성적을 냈다. 투어스의 데뷔곡 역시 멜론 톱100에서 2위를 기록했다. 기획사나 제작자는 신인으로서 진입하기 어려운 음원차트에 이들을 진입시키며 음원 수익은 물론 인지도 등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까지 닦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도 '이지리스닝'을 앞세우는 아이돌 그룹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평론가는 "아이돌 명가라고 하는 대형 기획사에서 세계관 대신 편한 곡을 앞세워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중소 기획사도 이러한 행보를 좇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