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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박탈, 설마 되겠어?”…느슨한 처벌이 ‘집단행동’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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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 기자 | 김형준 기자 | 김채연 기자

승인 : 2024. 02. 21. 18:00

2000년 이후 형사처벌 사례 보니
의사 면허 취소 후에도 재교부 가능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도
진료 독점권 악용…"정당화 불가"
[포토]의사집단행동
필수의료 핵심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박성일 기자
수도권 내 빅5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지난 20일부터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집단 출근 거부를 일으켜 의료 대란이 현실화됐다. 의사들이 업무개시명령에 계속 불응할 경우 면허 박탈까지 고려한다는 정부 방침에도 집단행동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의료계 집단행동 이후 결국 면죄부를 줬던 것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법상 의사 면허는 취소 후에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심사를 거쳐 재교부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10년 동안 면허 취소 의료인 300명 가운데 42%인 126명이 면허를 재교부받았다.

집단행동으로 의사 면허가 취소됐다가 이후 재발급된 사례도 확인됐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김재정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업무개시명령 및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김 전 회장을 재판에 넘긴 검사가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이다. 김 전 회장은 대법원까지 유죄 판결을 받고 2006년에야 면허가 취소됐지만, 3년 뒤인 2009년 재발급받았다.

집단행동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에서 무죄를 받아 처벌을 넘긴 경우도 있다. 2014년 3월 정부의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 추진에 반대한 집단 휴진에 노환규 당시 회장 등 의협 간부 2명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은 파업에 강제성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휴업 여부를 투표로 결정했지만 실제 참여는 각 의사들의 자율성에 맡겼다는 이유에서다.
2020년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에 반대한 전공의 파업 역시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았다. 전공의 10명이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해 형사 고발됐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고발을 취하했다. 결국 집단행동으로 면허가 박탈된 사례는 2000년이 유일하고, 이마저도 3년간만 유효했던 셈이다.

2000년-이후-의사-집단행동,-이후-형사처벌은
2000년 이후 의사 집단행동과 이후 형사처벌 내용/아시아투데이 디자인팀
이에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번 집단행동도 법과 원칙에 따라 단죄하지 못한다면 계속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사들의 요구는 이미 완전히 자기들의 수익과 관계되는, 몸값을 올리기 위한 그런 행위로 정당화가 불가능하다"며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집단행동을 야기하고, 과거 의사 면허 취소 절차를 철회한 정부의 잘못도 있다"고 꼬집었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도 "결국 의사만이 진료 독점권을 갖고 있어 이를 악용하고 있다"며 "국민의 치료를 위해서 준 권한이지 이익을 얻으려고 준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모든 의사를 전과자로 만들 수 없어 일부 처벌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을까 싶다"며 "나중에 사면해 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 출신인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집단행동을) 주도한 의사들의 경우 그 위험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 의사들은 국민 여론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거부라는 방법을 우선한 경향을 보인다. 아무리 좋은 주장도 국민 여론에서 멀어지면,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대책 회의를 열고 의료계의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진행하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집단행동을 주동하거나 배후에서 조종·교사한 자들을 구속수사하고, 복귀를 거부한 개인 전공의도 원칙적으로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집단행동을 방지·수습할 책무가 있음에도 방기한 의료기관 운영 책임자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김임수 기자
김형준 기자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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