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형편 어렵다 호소하자 "증거 제출해라" 명령
실형선고 등 엄벌 필요하단 지적…"법안 통과도 절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에서는 지난 11일 감치명령을 받고도 1년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진 '나쁜 아빠'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이 사건은 2022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이 바뀐 뒤 다섯 번째로 기소돼 이른바 '5호 사건'으로 불린다.
재판에 참관한 양육비 활동가에 따르면, '5호 사건' 담당 판사는 피고인 A씨가 경제적으로 어렵고 건강이 좋지 못해 양육비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다음 재판 전까지 해당 발언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가 증거를 직접 요구해 확인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었다는 게 활동가들의 전언이다. 해당 재판에서 양육자는 A씨가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거나 고급 레스토랑에 식사하는 사진을 SNS에 인증하는 등 양육비 지급이 가능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추가 증거를 낸 상태다.
앞서 지난해 10월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외도 후 7년간 세 자녀에 대한 양육비 수천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1호 사건' 친부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활동가들은 양육비 미이행자에 대해 감치명령과 함께 △면허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에 이어 형사처벌까지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법원에서 집행유예로 선처하는 것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양육비 활동가는 "양육비 다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손쉽게 재판에 넘겨지는 줄 알지만 법원으로부터 이행명령을 받아내는 데만 6개월에서 1년이 걸리고 이를 어겨 감치소송을 진행하려고 해도 비양육자가 주소지를 변경하고 연락을 받지 않는 등 잠적하면 이후 공시송달로 진행돼 법원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더디게 진행돼 평균 3~4년이 걸린다. 여기서 1년을 더 기다려야 검찰이 재판에 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회는 양육비 이행 명령 후 3개월 이내에 밀린 양육비를 안 주면 바로 형사고소가 가능하게 하는 등 절차 간소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잼버리 파행 등으로 여성가족부가 제대로 힘을 못 받고 22대 총선거 분위기에 밀려나는 분위기다.
여기에 최근 대법원이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것이 명예훼손이라고 최종 판단하는 등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도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부대표는 "양육자들이 신상 공개를 해도 양육비를 제때 못 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 범죄로 보고 엄격하게 처벌되지 않는다면 현실은 달리지지 않을 것이다.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이나 이행명령 간소화 법안 통과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