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다회용품 쓸 듯"…신중한 상인들
환경 단체, 종이 빨대 업체 반대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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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0시 14분께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일대.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완화 발표가 나온 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상인들의 손에는 일회용품 대신 플라스틱 컵이 있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일 식당·카페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한 뒤 오는 23일까지로 예정됐던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규제로 인해 다회용 컵을 씻을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세척기를 설치해야 하는 상인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상인들은 과태료 걱정이 사라졌다며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당초 계도기간이 끝난 뒤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한 점주에게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오히려 손님 쪽에서 일회용품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시장 인근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스무디나 프라페를 드시는 손님들 중 종이 빨대가 흐물거려 3~4시간 동안 빨대를 6번 바꾸시는 분도 본 적 있다"며 "아예 처음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도 많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에 사용하던 다회용품 대신 일회용품을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본지 기자가 이날 오전 연서시장 일대 식당 8곳을 둘러본 결과, 점주들 모두 기존에 사용하던 알루미늄·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20년 넘게 김밥집을 운영 중인 B씨는 "원래부터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손님이 요청하면 나무젓가락이나 종이컵을 드리지만, 환경을 생각해서 다회용품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차후에 제도가 또 변경될 수 있는 것을 염두하고 다들 움직임에 신중한 상황"이라며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쓰레기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 단체와 종이 빨대 업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관련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종이 빨대 업체 대표들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규제 철회가 친환경 업체 줄도산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규제를 없애는 것이 소상공인을 위한 길이라고 판단하지 말고 친환경으로 나아가려는 업체들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교육과 홍보도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