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차라리 처음부터 보험금을 주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823010012048

글자크기

닫기

윤서영 기자

승인 : 2023. 08. 24. 18:19

KakaoTalk_20230823_141033999
법무법인 한앤율 한세영 대표 변호사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가 보험료를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고 보험자는 보험기간 중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보험자 내지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계약입니다. 이러한 보험계약도 보험계약 자체의 효력이 없어지게 되면 상법이 규정하는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보험자는 지급받았던 보험료를 보험계약자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또 보험계약 자체가 효력이 없어지는 경우가 아니라 적정한 보험금 지급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이 지급됐을 때 역시 보험금을 지급받은 자는 이를 보험회사에게 반환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게 입원치료를 이유로 지급했던 보험금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한 사건에서,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나중에 보험금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험자(수익자)는 그 보험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보험회사가 아무리 심사를 거쳐서 보험금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보험금을 지급한 사유가 적정한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면 보험회사는 피보험자(수익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보험의 경우 병원기록을 위·변조하거나, 신체에 장해가 남지 않았음에도 장해를 가장해 치료를 받거나, 또는 전혀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데도 치료를 받은 소위 나이롱 환자의 경우 등을 생각해보면 대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과 같이 피보험자가 고의로 보험회사를 속여 보험금을 지급받겠다는 의도가 있는 경우들뿐만 아니라 피보험자에게는 딱히 의도성이 없는 경우에도 대법원의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돼 보험계약자 측이 지급받은 보험금을 반환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특히 인보험에서 실손의료비 보험과 소위 입원일당 담보와 관련해서 발생합니다.

최근 의료기술과 의료서비스의 발전으로 환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치료를 형편과 상황에 맞게 선택해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손의료비 보험이 있다면 본인이 부담할 의료비 부담도 상당부분 줄어들게 되고, 입원일당 담보를 들어두었다면 불편한 통원보다는 입원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병원의 영리추구 목적도 한 몫을 하게 되면서 오랜 기간 입원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근래에 몇몇 보험사는 이런 환자들 중 일부를 대상으로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입원치료를 통해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며 지급받은 보험금을 반환하라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법원에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전부 혹은 일부 보험금을 반환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심심치 않게 내려지고 있습니다. 보험계약자 측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몸에 질병이 있다고 의사로부터 판단을 받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처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후발적으로 입원치료의 적정성이 부정될 수 있고, 그에 따라 지급받은 보험금을 돌려줘야 할 수도 있다니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이런 경우 역시 소송상 적정한 보험금 지급이 아니었다고 판단된다면 보험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겠지만 보험계약자 측의 사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보험회사의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은 보통 소가가 수천만 원을 넘습니다. 질병으로 오랜 기간 입원한 피보험자의 경우 가계의 형편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인데, 이런 상황에서 큰돈을 돌려달라는 소장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암환자들을 상대로도 이러한 소송이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험사가 어떤 이유로 나중에 보험금을 돌려달라는 청구를 할지 한창 치료를 받는 중에는 환자가 이를 예상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보험사가 말하는 적정한 지급요건의 기준이 계속 변경되기 때문입니다.

환자들이 조금은 더 신중하게 입원치료를 고려해야 할 필요도 있겠지만, 위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보험사 역시 보험금 부지급에 따른 계약자측의 민원을 걱정해 보험금 지급 심사를 느슨하게 하기 보다는 차라리 보험금 지급단계에서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를 하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갑자기 수 천만 원 혹은 수억 원의 돈을 돌려달라는 소장을 받는 것 보다는 애초에 보험금을 지급 받지 못하게 되는 편이 환자들에게는 더 나을 수 있는 것입니다.
윤서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