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순 씨티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상반기에만 20억원에 육박하는 급여를 받았습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같은 기간 6억원대 보수를 수령했지만, 미수령한 장기 성과급 등을 감안하면 20억원대 연봉을 받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지나치게 많이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합니다. 특히 고연봉으로 알려진 은행원들도 반기 연봉이 6000만원대인데, CEO와 직원과의 연봉 격차가 지나치다는 말도 나옵니다.
정말 금융사 CEO들이 역할과 책임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걸까요?
월가를 이끄는 금융가 거물들은 수백억원대 연봉을 챙기고 있습니다. JP모건체이스를 이끄는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지난해 457억원의 연봉을 받았습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 CEO도 작년 연봉이 300억원을 훌쩍 넘습니다.
분명 이들 글로벌 금융사들과 국내 금융그룹·은행은 규모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이들 금융사의 역할이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욱이 KB금융과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은 경기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이 높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대표 리딩금융그룹인 KB금융을 예로 들면 윤종규 회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KB금융은 2014년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두고 불거진 갈등으로 그룹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중징계를 받고 퇴진하는 KB사태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경쟁사와는 더욱 실적 격차가 벌어지는 성장 답보상태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윤 회장이 키를 잡으면서 KB금융은 환골탈태했습니다. 그는 손해보험과 증권, 생명보험사 M&A를 완수하며 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했고, 국내 1등을 넘어 글로벌 금융그룹과 경쟁을 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역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진두지휘했고, 그 결과 국민은행과 리딩뱅크를 놓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CEO들은 무거운 책임도 안고 있습니다. 임직원 횡령이나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CEO는 내부통제는 물론 사법적 책임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이들이 받는 연봉이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고려했을 땐 결코 많지 않다는 견해도 많습니다. M&A와 투자 등 높은 성과를 낸 임직원이 CEO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사례가 종종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앞으로 금융사 CEO의 연봉 액수보다, 이들이 기업의 성장과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