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뇌물수수’ 경찰 간부 구속영장 기각…신병확보 또 실패한 공수처

法 "경제적 이익과 알선 관련성 명확하지 않아"
'고발사주' 손준성 이어 핵심 피의자 구속 못해

수사와 관련된 민원 해결을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자체 인지한 첫 사건의 핵심 피의자에 대한 신병확보에 실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억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한 뒤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 및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경무관은 기업 관계자 A씨에게서 대우산업개발 수사 관련 민원 해결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을 받는다.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피의자가 A씨로부터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피의자가 수령한 경제적 이익과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항에 관한 알선 사이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고, 피의자가 구체적인 사건에서 알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주거가 일정하며 직업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도망할 염려도 낮다"고 판단했다.

김 경무관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대우산업개발 뇌물 관련 보강수사를 이어간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앞서 공수처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에 대해서도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손 검사에 이어 김 경무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마저 기각되면서 '공수처 무용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공수처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