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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물대포 가해자 ‘사과문’에도 반응 싸늘… 제트스키 모임 실체 폭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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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윤 기자

승인 : 2023. 07. 14. 16:19

출발 직전 건너편에 아이들 위치 확인한 제트스키 이용객 / 이하 사진=네이버 카페
한강에서 일어난 제트스키 사고 가해자가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평소 가해자가 포함된 제트스키 모임의 행실에 회의적이던 또 다른 제트스키 동호회에서는 해당 모임의 '단체 채팅방 실체'를 폭로해 주목받았다.

지난 13일 본지에서는 한강에서 제트스키를 타던 남성이 난간에 서 있던 어린이를 향해 물대포를 뿌려 큰 사고로 이어진 내용이 보도됐다. 이후 사고 영상을 공론화했던 제트스키 동호회 온라인 카페에서는 이날 '카톡 한강 제트스키 모인 단톡방의 실체'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얼마 전 여의도에서 일어난 사고의 가해자와 같은 한강 제트스키 단톡방에 속해 있던 사람이다"라며 "한강에서 자주 제트스키를 타진 않았지만, 정보 공유를 위해 해당 단체 채팅방에 속해 있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단체 채팅방에 속한 동안 이번 사건과 별개로 그 모임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앞서 어린이 사고 영상이 해당 채팅방에 올라왔다가 실시간으로 방장에 의해 삭제되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가 전한 채팅방 캡처본에 따르면 방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영상을 삭제한 후 "영상 다 확인했고, 당사자와 통화했다. 당사자도 본인인 걸 인정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괜한 분란이 일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영상을 가렸다"고 공지했다. 이어 앞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회원을 단체 채팅방에서 모두 내보내 회원 물갈이를 하고, 소수 정예로만 모임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그럴듯한 해명이지만, 제가 아는 방장은 그렇게 제트스키를 타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몇 가지 그에 대한 증언을 공개했다. A씨가 공개한 또 다른 대화 내용에 따르면 방장이 포함된 해당 모임원들은 한강에서 구경하는 시민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경찰에 신고당해도 어차피 제트스키 타는 사람이 많아서 자기들을 잡지 못했다는 등의 내용을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

단체 채팅방에서 방장은 "노룩자객했네. 아무 일 없는 듯 다가와서 그냥 자빠트려 버리네", "어제 태운 여자애가 해경 피해서 도망 다닐 때 엄청 스릴 있었다고 좋아하더라" 등 이들 모임이 평소 어떤 식으로 제트스키를 탔는지 추정할 수 있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단체 채팅방에서 방장이 올린 해명문과는 다르게 방장과 가까운 지인들이 속한 단체 채팅방에서는 이들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에 거리낌이 없고, 죄의식 없어 보이더라. 해경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A씨는 처음 회원 물갈이가 되기 전 단체 채팅방에 속했다가 퇴장당했다. 이후 방장이 따로 본인과 가까운 친분의 지인들을 단체 채팅방에 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이런 행보가 사건을 해결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기보다는 '보여주기식'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강에서 제트스키를 타던 이용자가 난간을 향해 물대포를 조준했다가 한 어린이가 뒤로 넘어져 뇌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해자는 사건이 공론화되자 "죄송하다. 도망가거나, 제트스키를 팔아 이 일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3주 전 일이었고, 그 당시 아이가 다친 것을 인지했다면 당연히 그때 그 자리에서 해결 봤을 것"이라며 "해경조차 오지 않은 상황에 아무 일 없이 지나간 일이었다. 저도 뒤늦게 동영상을 확인했고, 사고 이후에도 매주 한강에 갔다. 제트스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풋내기로서 내가 벌인 일에 책임을 회피하고, 도망가는 일 절대 안 한다"고 밝혔다.

어린이에게 물대포를 쐈을 때 타고 있던 제트스키를 판매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 일 때문에 제트스키를 파는 게 아니라, 내 미숙한 운전으로 300마력을 감당하기 어려워 230마력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모임원들에 죄송하고, 아이와 부모님을 빠르게 찾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다하고, 반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그의 해명문에서 그는 3주 전에 사고가 발생한 후 아이가 뇌 수술을 받을 만큼 큰 사고로 번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경찰서와 해양경찰에 사건 접수 의뢰된 것을 확인하며 피해자와 연락할 방안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향한 비난의 화살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사람 몰아가는 건 아니라고 본다. 나도 힘든 삶에 좋은 취미로 시작했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질 것이다. 모임에 물의를 일으키고, 좋은 취미 생활에 나쁜 인식을 끼치고 싶지 않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사과문에도 사고 가해자와 방장이 포함된 모임이 아닌, 일반 제트스키 동호인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A씨는 "단체 채팅방 내용 전면 공개도 가능하다. 또 여기저기 물은 왜 자꾸 뿌리고, 관심받을 행동을 해놓고는 잘못인 것은 아는지 해경을 피해 도망 다니고, 양아치라는 말이 어울린다. 이런 식으로 보여주기식으로 대충 사과하고, 또 뭉쳐서 이런저런 사고 칠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썼다. 사과 제대로 하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앞으로 한강에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밖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이 있는 것 보고 정확하게 조준하더라", "이참에 한강 제트스키 전부 허가제로 바꿔서 소수의 인원만 허가된 시간, 장소에서 탈 수 있게 바꿔야 한다", "말 나오고 일 커지니 자수한 것" 등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해양경찰청은 14일 본지에 "수상레저안전법령 운항규칙에 근거해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조종 중 고의 또는 과실로 사람을 사상할 경우 위반 정도에 따라 조종면허를 경고, 정지,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상레저안전법 제21조(운항규칙 등의 준수)에 따르면 수상레저를 하는 사람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운항방법, 기구의 속도 및 '수상레저기구의 등록 및 검사에 관한 법률' 제16조제2항에 따른 운항구역 등에 관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한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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