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은 김기웅<사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1저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이 부모의 치매 병력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한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그리스, 호주, 필리핀 등 8개 국가 거주 노인 1만7194명을 대상으로 치매 가족력을 조사하고 임상평가와 신경심리검사, 혈액검사, 신경학적 검사 등을 통해 응답자의 치매 여부를 진단했다. 응답자 평균 연령은 72.8세, 여성 비율은 59.2%였다. 연구 결과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치매 병력이 있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47% 증가했고 그 중에서도 알츠하이머명 발병 위험은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중 특히 어머니의 치매 병력이 자녀의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경우 치매 위험이 51%, 알츠하이머병은 80% 높아졌다. 이런 모계 치매 병력이 자녀의 치매 발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자녀 성별과 상관없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어머니가 치매 병력이 있는 여성은 68%, 남성은 100% 이상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증가했다. 반면 아버지가 치매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치매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X성염색체나 미토콘드리아 DNA와 같은 모계 유전형질도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기존에는 아포지단백 e4 대립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유전형질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주관적으로 혹은 보호자 관찰 상 인지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노인들 중 부모, 특히 어머니가 치매로 진단된 적이 있다면 전문적 평가를 통해 인지장애 여부를 조기에 진단하고 향후 인지기능 변화 양상을 꾸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부모 중에서 특히 어머니의 치매 병력이 중요한 영향력이 있었고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면 자녀는 본인 성별과 없이 치매 중에서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증가함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대규모의 다국적 코호트 자료를 분석해 치매의 모계 유전 경향은 국가와 인종을 불문하고 보편적인 현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는 단일 유전자가 아닌 다양한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 위험이 결정되는 만큼 부모의 치매 병력이 반드시 본인의 치매 발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럼에도 부모가 치매 병력이 있다면 보다 엄격한 금연과 절주, 식습관 개선, 고혈압, 당뇨 등의 기저질환 관리를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모 자식 간에는 유전자를 비롯해 생활방식과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부모의 치매가 자녀의 치매 발병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와 상반되는 연구결과도 여럿 보고되어 혼란을 줬고 그동안 여러 종류의 치매 중 어떤 병이 연관성이 높은지, 부계와 모계 병력 중 어느 쪽이 영향력이 높은지, 자녀의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