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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대사는 그동안 만찬 모임을 주로 대사관에서 해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성북동 대사 관저가 노후돼 수리가 필요한 탓이었다. 그러나 관저 수리가 끝나고 입주를 한 다음에는 보란 듯 적극적인 활용에 나섰다. 만찬을 거의 관저에서 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첫번째 만찬 대상은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원로인 정대철 헌정회장과 중국에서 골수 친중파로 유명한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이었다. 지난 6일 작심한 듯 가장 먼저 초대해 만찬을 진행했다.
이어 8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초대해 한중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이 만찬 회동을 한 것은 대선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문제는 여당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가장 나중에 초대해 집권당에 대한 홀대의 모양새를 연출할 것이라는 사실이 아닌가 보인다. 통상 이런 만찬외교는 여당을 먼저 초대하고 야당을 뒤에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중 관계는 너무나도 비정상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그런 만큼 싱 대사와 중국 대사관 측이 이에 불만을 품고 의도적으로 여당 홀대 모양새를 연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한중 관계에 밝은 베이징의 소식통들도 "만찬 순서가 이상하게 된 것은 중국 정부가 최근 윤석열 정부의 친미 반중 외교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과 관련이 있다"면서 "올 하반기에는 악화된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 정부의 스탠스로 볼때 당연히 그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