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사실상 폐기 수순…정국 급랭

윤 대통령, 간호법 재의요구안 즉시 재가
간호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20일 만
野 "국회 입법권 무시, 협치 거부"
與 "의료계 분열 예상"
간호계, 집단행동 나설 조짐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의료단체 대표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가 다시 공을 넘겨 받게 됐다. 간호법은 다시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및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요구되는 등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야권은 방송법은 물론 사회적 파장이 큰 노란봉투법도 강행 처리를 예고 중이어 정국은 더욱 급랭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회의 직후인 오후 12시10분께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안을 즉시 재가했다. 간호법 제정안이 지난달 27일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20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간호법에 대해 의료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했다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부각했다.

간호법이 쟁점화된 이유는 법안 목적 조항에 '지역사회'라는 문구가 삽입되면서부터다. 이 조항에 따라 간호사가 단독으로 돌봄 관련 시설을 개원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보건의료단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면서 △돌봄을 간호사만의 영역으로 만들 우려 △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 저해 △간호 분리로 의료기관 외 사고 보상 청구 등 국민권리 제한 등을 언급했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간호법은 국회 본회의에 다시 상정되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115석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단으로 반대하면 본회의 통과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등 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제3, 제4의 입법을 강행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고민해야하는 데다 이같은 양쪽의 물리적 대결이 장기화 될 경우 정국의 부담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향후 파장도 적지 않아 보인다. 당장 '간호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반발하고 있는 간호계는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파업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간호면허 반납 등 다양한 방법의 집단행동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간협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하고 상식적이지 못한 불의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2023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단죄하고 파면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대해 투표 심판론을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의사단체나 간호조무사 단체는 이와 반대로 야당 후보 반대 투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 되는 등 총선을 앞둔 여야의 셈법도 복잡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