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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25일 전언에 따르면 위안화의 위상은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정말 형편이 없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전국 곳곳에 존재했던 암시장에서 위안화의 대(對) 달러 환율이 90% 전후에 불과했다면 굳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하지만 지금은 상전벽해라는 말이 생각날 만큼 위상이 완전히 변했다. 달러의 패권을 위협한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정말 그런지는 달러 암시장이 완전히 사라진 현실이 무엇보다 잘 말해준다.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위안이 본격적으로 통용되는 현실을 더할 경우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러시아와의 무역에서 향후 본격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를 비롯한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특히 에너지 거래에서는 양국이 위안화와 루블화를 함께 사용하기로 협약까지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현재 교역 규모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해관총서 발표에 따르면 1분기에만 538억5000만 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0% 가까이 늘어났다.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적어도 러시아와의 교역에서 위안화의 위상이 달러와는 비교불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세계 12위 경제대국 브라질도 위안화의 위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말에 중국과 위안화-헤알화 직접 결제를 아예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브라질은 향후 중국과의 교역에서는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를 배제한 채 중국에서 개발한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중국 정유회사 룽성(榮盛)석유화학 지분 10%를 위안화 결제를 통해 구입하기로 한 것 역시 거론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최근 프랑스 토탈 에너지를 통해 아랍에미리트산 LNG 6만6000톤을 위안화로 결제, 매입한 사실까지 더하면 중동 역시 위안화의 영향권에 편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석유는 반드시 달러로 결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가 구축된 1975년 이후 중동에서만큼은 여유만만한 휘파람을 불던 미국이 요즘 잔뜩 긴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