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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핫이슈] 해인사 “천주교 해인도 도용”...때아닌 종교역사공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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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2. 10. 17. 10:30

천주교 순교자 기리는 작품에 불교 상징 도용?
해인도 유사 문양 사용...석연치 않은 해명 논란
해인사 "작품 제작 전에 상표권 등록...철거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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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나전칠화 '일어나라 비춰라' 모습. 오른쪽의 해인도와 유사한 문양이 해인사가 '도용'을 주장하는 부분이다. 지난 14일 방문 당시 박물관 측은 이 문양에 대해 불교랑 관련 없는 '묵주'라고 설명했다./사진=황의중 기자
경남 합천 해인사가 천주교가 운영하는 박물관에 전시된 나전칠화 작품이 해인사의 상징 '해인도(海印圖)'를 도용(盜用)했다며 작품 철거를 요구하고 나서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해인도(화엄일승법계도)는 신라 고승 의상대사가 화엄경(華嚴經)의 정수인 법성게(法性偈)를 표현한 그림으로, 해인사의 상징이자 한국불교의 역사가 녹아든 문양이다. 이 때문에 해인사에선 천주교의 순교정신을 기리는 용도로 한국불교의 상징물이 허가 없이 이용되는 건 있을 수 없다며 중국의 '동북공정'에 빚대어 '종교역사공정'이라고 비판했다.

17일 조계종에 따르면 지난 13일 해인사는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과 그 운영 주체인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천주교 나전칠화 '일어나라 비춰라'가 제작되고 설치된 경기 여주 옹청박물관 등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서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은 "해인도를 왜곡한 나전칠화를 즉시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해인도에 십자가를 매단 뒤 '강강술래를 하는 하늘나라 잔치'(작품 기획자 옹청박물관장 최기복 신부의 해명)라고 주장하는 건, 불교 역사를 왜곡하는 행태일 뿐 아니라 종교 간의 관계에도 큰 해악을 끼친다. 오는 20일까지 조치 결과를 공문으로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해인도는 오래전부터 화엄종 사찰인 해인사의 상징으로 쓰여왔다. 경내에는 해인도를 따라 걸을 수 있게 만들어 사찰을 찾은 불자는 물론 관광객들도 그 의미를 새길 수 있도록 했다.

해인사는 '해인도'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2006년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했다. 공문에 첨부된 상표 출원(공고번호 40-2006-0029394)에 따르면 출원인인 '해인사'는 2006년 5월11일 '해인도' 상표등록을 완료했다. 이는 그만큼 해인사가 해인도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방증이다.

해인사가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는 상표와 나전칠화에 그려진 문양은 외견상 구분이 힘든 형태다. 흔한 문양이 아니고 작품을 만든 작가들도 전통공예에 종사해온 터라 해인도를 본떠 만들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해인도
해인사가 공문에서 비교한 해인도와 나전칠화./제공=해인사
해인사 해인도 출처 홈피
해인사 방문객들이 해인도에 따라 걷게 만든 경내 해인도. 해인사는 2006년 해인도의 상표등록을 완료했다./제공=해인사
2015년 10월 첫 공개된 해당 나전칠화는 2019년에는 이탈리아 로마의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 신학원에도 기증돼 해외로도 전파됐다. 이뿐만 아니라 박물관에서 이 작품을 천주교적인 것으로만 설명하면서 대중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

실제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을 지난 14일 방문했을 때 작품 설명이나 안내 책자에도 해인도 관련 내용이나 불교적인 모티브를 따왔다는 설명은 없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과 한국순교자 124위 시복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했다는 것뿐이었다. 안내 교육을 받은 봉사자는 해인도로 의심되는 문양에 대해 "미신적인 문양처럼 보여서 간혹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일부는 불교의 염주로 오해하시는 데 이건 천주교의 묵주"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인사가 이를 더는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해인사가 속한 조계종도 종단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대책위원회를 구성, 위원장에 진각스님과 심우스님을 임명해 이 문제를 다루도록 했다.

한 불교계 인사는 "이런 일로 종교 간 갈등이 벌어지는 게 안타깝다"며 "천주교인들은 해인도의 의미를 모르니까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역으로 성모 마리아 그림이 이렇게 쓰인다고 생각해봐라. 우리들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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