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고소에도 피해자 안전조치 없어
경찰 "추가조사로 보복범죄 혐의 적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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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018년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해 동기인 피해자와 친분을 쌓다 스토킹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전씨는 피해자가 만남을 거부하자 '불법촬영물이 있다'고 협박했다.
이에 피해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으로 전씨를 1차 고소했다. 경찰은 전씨를 긴급체포해 이틀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전씨의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에도 전씨의 스토킹은 끊이지 않았다. 전씨는 피해자에게 '내 인생 망치고 싶냐, 원하는 조건이 뭐냐'며 수십 차례 연락을 시도했고 이에 피해자는 2차 고소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전씨의 혐의를 인정해 지난달 18일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선고재판은 전날인 15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는 선고 하루 전날인 14일 밤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다.
◇피해자, 안전조치와 개인정보 모두 보호되지 않아
첫 고소 직후 경찰은 피해자를 신변보호112시스템에 등록하는 등 안전조치를 한 달간 실시했다. 그러나 잠정조치나 스마트워치 지급, 연계 순찰 등은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2차 고소 후 별다른 조치가 없었고 경찰은 구속 영장도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달 이뤄진 검사의 구형이 한 달 후 선고로 이어지는 점을 봤을 때 전씨는 피해자와 합의가 필요했다. 이에 지난 한 달간 2차 가해 위험성이 높았음에도 추가 조치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보호되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지난해 10월 전씨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직위 해제됐지만, 회사 내부망을 통해 피해자의 업무 시간 등을 파악해 범죄를 저질렀다. 서울교통공사 내부망 접속 권한이 형사처벌을 받고 징계 절차가 개시돼야 박탈되는 탓에 전씨는 그동안 내부망 접속이 가능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씨의 계획범죄를 입증할 단서를 계속 찾고 있다"며 "보복 범죄로 확인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혐의도 적용한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도 검토 중이다.
특히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밤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부경찰서를 방문해 철저한 수사와 피해자 보호 등과 관련된 제도적 문제점과 개선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경찰청장은 "이제는 피해자 보호에 있어 경찰뿐만 아니라 관련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다시는 유사한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제도 개선 등에 대한 범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당초 전날에 예정돼 있던 선고재판은 이번 살인사건으로 인해 오는 29일로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