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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를 비롯해 전통춤과 연희·무속 분야 명인·명창 58명의 부채 80여 점을 통해 이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살피는 전시다.
전통예술에서 부채는 판소리뿐 아니라 한량춤, 부채산조, 부채춤과 같은 전통춤과 줄타기, 탈춤, 굿 등 연희에서도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소품이다. 부채에 담긴 글과 그림, 사연을 통해 명인 명창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이상을 엿볼 수 있다.
판소리 명창 채수정(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은 서예가인 부친 채원식 선생으로부터 물려받은 부채를 전시에 내놨다. 채 교수 부친은 부채 위에 ‘청풍명월본무가’(淸風明月本無價)라는 글귀를 정성껏 적어줬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은 본래 값이 없어 한 푼을 내지 않아도 무한히 즐길 수 있다’는 뜻으로, 좋은 소리를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신영희 명창은 소리 인생 70년간 사용한 부채 중 닳아 사용할 수 없는 부채 24점을 모아 8폭 병풍에 담았다. 남해안별신굿보존회에서는 큰무당 고(故) 유선이 명인이 사용하고서 대대로 이어져 온 100년이 넘은 부채를 전시에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