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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현지 소식통과 영화계에 따르면 롯데시네마가 범죄도시2 상영을 추진했지만 당국이 상영불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월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국에 등급 심의를 신청했지만 당국은 “폭력적인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심의 반려 조치를 내렸다.
베트남 최대 도시인 호치민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납치·강도·살해를 일삼는 강해상(손석구 분)을 마석도(마동석 분)를 비롯한 금천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이 소탕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주무대인 호치민시는 관광객들이 납치를 당하고 살해되는 무법지대처럼 묘사되고, 주인공 일행도 현지 공안이 비협조로 일관해 난항을 겪는다.
이번 상영금지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영화로 인해 베트남과 호치민시의 이미지를 훼손했기 때문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영화 내용이 알려지며 베트남 내에서도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영화 속 “이 나라(베트남) 법이 우리나라 사람들 못 지키면 우리라도 좀 지켜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대사가 베트남에도 알려진 탓이다.
베트남 외사과 관계자는 7일 아시아투데이에 “영화는 영화지만 그간 베트남이 한국경찰과 적극 공조했고 한국 범죄자를 신속히 검거·인도한 것을 생각하면 섭섭한 부분”이라며 “베트남은 늘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보호에도 적극적임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영화를 봤다는 베트남 유학생 T씨도 본지에 “아무리 영화라지만 고향인 호치민시를 현실과 너무 다르게 무섭고 엉망인 곳으로 묘사해놨다”며 “좋아하는 손석구 배우가 출연하고 베트남까지 나온다고 해 기대가 컸지만 보고난 뒤 호치민시를 ‘범죄도시’라고 한 것인가 싶어 기분이 좋진 않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영어도 베트남어도 제대로 못하는 한국 형사들이 현지 공안에게 한국어로 욕을 했다가 걸린 장면에서 웃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당국이 한국 영화에 대해 상영금지 처분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에도 CJ CGV가 상영을 추진하던 ‘알투비:리턴 투 베이스’가 “남북간 교전 장면이 있어 상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다.
베트남은 그간 정부 입장이나 국가 이익과 관련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영화는 상영금지 처분을 하는 등 엄격히 규제해왔다. 베트남 국회는 지난달 현지에서 영화를 제작하려는 해외 기업이나 개인은 영화 스토리 요약본과 구체적인 촬영 대본을 당국에 제출한 뒤 문화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영화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외국 업체·개인이 현지에서 영화를 제작할 경우 사전에 영화의 줄거리 요약과 대본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검열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