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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수도이자 세계적 관광도시인 로마는 최근 수년간 급증한 전동 킥보드로 몸살을 앓고 있다. 1만4000여대에 이르는 ‘현대판 로마 전차’ 전동 킥보드는 인도를 가로막고 자동차 운전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할 뿐 아니라 사상자 사고까지 유발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로마 보건 당국에 따르면 시내 병원 응급실에는 사흘에 한 명 꼴로 전동 킥보드 관련 중상 환자가 오고 있다. 3년 전 전동 킥보드가 대체 대중교통으로서 도입된 뒤 지금까지 이용자 4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전동 킥보드 이용자 중 특히 젊은 관광객들이 교통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것이 빈번한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들은 인도 운행 금지 규칙이나 킥보드 한 대당 1명 탑승 규칙을 어기는 경우가 많으며 헬멧 착용률도 낮다. 당국은 킥보드 대여·운영 업체에 헬멧 제공을 강제할 수 없다고 CNN은 설명했다. 경찰 단속이나 벌금 부과도 드문 형편이다.
이달 초에는 미국인 2명이 유명 관광지인 스페인 계단에서 대여용 킥보드를 던져 대리석을 깨뜨리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들은 2만6000달러(약3356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히고 800달러(103만원)의 벌금을 문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평균 운행되는 킥보드는 전체의 2%로, 세워져 있는 나머지 98%가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로마에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마 교통 당국 관계자는 “전동 킥보드가 사람들에게 위협인 동시에 도시 미관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며 “로마 도심은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각 장애인들이 길에 널브러져 있는 전동 킥보드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도 많아 이탈리아 시각장애인연합은 지정구역 주차 등 관련 규정 의무화를 로마시와 협의하고 있다. 협회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 킥보드의 접근을 알 수 있도록 최소 30데시벨(㏈)의 소음을 내게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로마시는 내년부터 킥보드 허가 대수를 9000대로 줄이고 허가 업체도 현재 7곳에서 3곳으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