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추상미술 선구자’ 유영국은 어떤 사람이었나...20주기 기념전 개막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20611010005424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22. 06. 12. 06:24

국제갤러리서 8월 21일까지...대표작 70점 비롯해 드로잉.사진 등 소개
이용우 큐레이터 "예순 넘어 작품 처음 팔려...아내의 역할 컸다"
유영국 아들 유진 이사장 "아버지 작품은 요즘 시대와 더 잘 맞아"
국제갤러리 3관(K3) 유영국 20주기 기념전
유영국 20주기 기념전 전경./제공=국제갤러리
“강렬한 원색과 기하학적이고 절제된 패턴 속에 한국의 자연이 녹아 있어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의 그림에 관해 이용우 홍콩중문대 교수는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제갤러리는 유영국 작고 20주기 기념전을 8월 21일까지 선보인다. 전시에는 작가의 시기별 대표 회화 68점, 드로잉 21점, 추상 작업의 하나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사진 작품, 작가의 활동 기록을 담은 아카이브 등이 다채롭게 소개된다.

객원 큐레이터로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 교수는 “당대 예술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고군분투한 한 예술가의 생을 보여주고자 한다”면서 “전시를 통해 유영국이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떻게 이런 색채가 나왔을까 알게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격동기에 태어나서 새로운 회화를 만들기 위해 작가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 보여주기 위해 사진과 각종 자료를 전시한다”고 덧붙였다.

유영국은 1916년 경상북도 울진에서 태어나 식민기 제국 문화의 중심지였던 일본 도쿄 문화학원에 입학한 후 처음 추상미술을 접했다.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 조형 요소를 중심으로 구축된 ‘자연 추상’이라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그는 태평양전쟁이 절정이었던 1943년 귀국했다. 해방 전후와 한국전쟁 기간 동안 고향인 울진에서 한 가족의 가장으로, 선주로, 그리고 양조장 경영인으로 생활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틈틈이 작품활동을 힘겹게 지속했다.

이용우 교수는 “가족을 부양하고 생업에 종사하며 작가로서 흔들리는 순간이 많았을 것”이라며 “생업과 작품 활동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삶을 살았다”고 설명했다.

48세가 되어서야 유영국은 전업 작가가 됐다. 그는 지난 20년을 만회하려는 듯, 압도적 집중력과 에너지, 대담한 구성을 통해 풍경과 마음의 심연을 심도 깊게 표현했다.


유영국 작가 1970년대 모습 제공 국제갤러리
유영국 작가 1970년대 모습./제공=국제갤러리
이번 전시에서 첫 번째 전시관은 유영국의 세계관을 소개한다. 작가의 색채 실험과 조형 언어를 간결하게 파악할 수 있는 대표작과, 독자적 미학과 스타일을 구축하기 시작한 1950년대와 1960년대 초중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한다. 1950년대 이전 작품들은 한국전쟁과 자연재해 등으로 소실됨에 따라 전시회 출품작을 인쇄한 엽서 등을 통해 보여준다.

두 번째 전시관에는 197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전업 작가로 활동하던 시기 작품들이 걸렸다. 완숙기에 이르러 자연의 원형적 색감을 심상으로 환기하는 작품들이다. 또한 작가가 1942년 경주를 방문해 촬영한 사진 연작과 다양한 드로잉, 작가 활동 사료 등도 소개한다.

마지막 전시관은 기하학적 추상과 조형 실험이 절정에 달했던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 1970년대 초기에 그린 추상화들로 구성됐다.

이용우 교수는 “작가는 예순이 넘어 처음 그림이 팔렸다”면서 “그의 작품활동에는 아내인 김기순 여사의 역할이 컸다. 작업할 때 옆에서 침묵하면서 늘 함께 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104세의 나이에도 정정한 김 여사께서 이번 전시를 보며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유영국의 아들인 유진 유영국 미술문화재단 이사장도 함께 자리해 아버지의 작품에 관해 이야기했다.

유진 이사장은 “그림을 보면 아버지와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작품 중 온 누리가 빨간데 가운데 파란 게 있는 그림을 보며 태양이나 우주 속 인간을 나타낸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버지의 작품은 요즘 시대와 더 잘 맞는 느낌이다. 삶에 대한 희망, 긍정적 자세 등이 담겨 있다”고 했다.

간담회 말미에 이용우 교수는 유영국의 인간적 면모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과묵하고 말씀이 없으셨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유행했던 탱고를 잘 추기로 유명한 모던보이였습니다. 무뚝뚝하면서도 가끔씩 아내에게 노래를 불러주곤 했답니다.”


국제갤러리 2관(K2) 유영국 20주기 기념전
유영국 20주기 기념전 전경./제공=국제갤러리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