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오세아니아·중동 등 글로벌 시장진출 지원 정책금융 거점
영국·베트남·홍콩·인도네시아 이어 다섯 번째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신남방 지역 정책금융 거점을 설치하기 위해 싱가포르 법인 설립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7월 태스크포스팀(TFT)를 만든 지 1년 만에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신남방 공략에 나서는 우리 기업의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오는 7월까지는 본인가 취득과 영업 준비를 마무리하고 8월에는 싱가포르 법인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1월 18일 예비인가를 취득한 뒤 본격적인 영업이 가능하도록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2월에는 현지 설립등기를 완료했고, 3월에는 3억달러 출자도 마무리했다. 본래 5월 중에는 본인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지 금융당국의 인가 절차가 늦어지면서 영업 개시도 하반기로 연기됐다.
싱가포르 법인은 방문규 행장이 설립 추진 단계부터 직접 챙기며 신경 써 온 해외법인이다. 방 행장은 이와 관련해 “현지법인망과 국제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사업에 대한 딜소싱 역량을 키워 수출입은행을 글로벌 금융리더로 만들어가겠다”며 청사진을 제시했었다.
싱가포르 법인 영업을 본격화하게 되면 수출입은행은 영국 런던과 베트남 호치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홍콩법인에 이어 다섯 번째 해외법인을 구축하게 된다. 특히 싱가포르는 ‘홍콩 민주화 사태’ 이후 아시아지역 금융 허브 역할이 옮겨가면서 국내외 금융사들이 적극 진출을 꾀하는 지역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뉴욕, 런던, 홍콩과 함께 세계 4대 금융허브로 꼽히는 만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홍콩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은 세율, 대규모 외환시장을 갖고 있는 등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의 진출과 투자도 활발하다. 싱가포르 투자액은 2019년 연간 30억2600만달러에서 2020년 38억1800만달러로 늘었다. 또한 동남아시아 지역 핀테크 기업의 약 40%가 싱가포르에 몰려 있다.
수출입은행은 싱가포르 법인을 신남방 지역 거점에 멈추지 않고 아세안과 오세아니아, 중동 등 글로벌 시장진출 지원을 위한 전략적 금융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매은행(홀세일) 라이선스를 받은 국내 은행과 달리 상업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상업은행은 소매금융을 제외한 기업금융과 증권발행, 인수합병, 포트폴리오 투자, 경영자문, 자산관리, 프라이빗뱅킹, 투자은행 등 투자금융(IB)의 전반적인 업무를 할 수 있다.
싱가포르 법인은 해외사업을 대상으로 금융지원 및 금융주선 업무와 함께 해외정부·사업주 네트워킹과 딜소싱 채널을 확보하는 글로벌 관계관리(RM) 역할을 담당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신남방 시장 공략에 나선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동남아 주요 발주처와 국제금융기구, 원조기관 등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