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재건축 단지 일반분양 줄줄이 늦춰
새 정부 분양가상한제 규제 완화 기대감
원자재 가격 급등도 분양 차질 원인
19일 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가 출범한 이달 서울의 주요 정비사업 단지들의 분양 물량은 ‘제로’(0)로 집계됐다. 당초 예정됐던 주요 단지들이 분양 계획을 미루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원펜타스’는 올해 하반기 일반분양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분양 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이 아파트가 올해 분양을 포기한 이유는 기존 집값 대비 낮은 분양가 때문이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지난해 6월 일반분양을 진행한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단지)와 비교된다. 원베일리는 당시 민간택지 분상제를 적용받아 3.3㎡당 평균 5653만원에 일반분양가를 책정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 측은 고속터미널역 인근 노른자위 땅에 자리잡은 원베일리의 입지와 사업성을 비교해 보면 현행 분상제 아래서 5000만원대 이상을 책정 받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재건축 단지들도 일반분양을 늦추고 있다. 경기 광명시 광명뉴타운 대장주로 꼽힌 ‘베르몬트로 광명’은 지난해 3.3㎡당 2000만원으로 책정된 분양가 통보 결정을 받았는데 조합 측에서 반발해 분양을 연기했다. 조합 관계자는 “새 정부의 정책 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올 상반기 분양은 물건너 갔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도 올해 상반기 일반분양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조합에서 높은 분양가를 받기 위해 택지비 평가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3㎡당 일반분양가가 2869만원으로 책정됐으나, 인근 대단지인 ‘문정 래미안’의 시세가 4300만원 수준까지 치솟자 조합 측에서 3500만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면서 분양을 연기한 것이다.
재건축 조합들이 분양 계획을 늦추는 것은 분상제 개정시 일반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도 분양에 차질을 빚는 요인이다. 실제로 시멘트·철근 등 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놓고 건설사와 조합이 줄다리기를 하면서 사업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시공사에서도 공사비 인상을 재논의하길 바라는 눈치”라면서 “분상제 적용 분양가로 분양할 경우 조합원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분상제 완화는 대통령령으로 가능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심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분양가 규제부터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올해 서울·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이 지난해처럼 공급 가뭄에 시달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라도 분상제 등 분양가 규제를 서둘러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