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여성 '복수국적'으로 공군 입대 포기...헌소 제기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 헌법 불합치 판결...후속 입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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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인 변호사 전종준 로펌 ‘워싱턴’ 대표는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아난데일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행 국적법에 따라 ‘선천적으로 복수국적’이 된 여성들과 가족들이 미국 전역뿐 아니라 독일·프랑스·호주·칠레 등 전 세계에서 피해를 호소해오고 있다며 이 국적법 조항이 헌법상 보장된 국적 이탈의 자유·양심의 자유·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선천적 복수국적자 남성에 대한 국적법 조항 헌법 불합치 판결을 이끌었지만 아직 후속 입법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한인 2세 남성·여성의 피해에 대한 정부와 정계, 그리고 한국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1997년 미국에서 영주권자 아버지와 시민권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엘리아나 민지 리(23·여)씨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석했다.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고 미 공군 입대를 결심, 지난해 10월 선발시험에 합격을 앞둔 상황에서 신원조회 때 복수국적 아니라고 답했는데 나중에 전 대표를 통해 미국에서 태어난 여성도 한국 국적법상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국적이탈 신고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적이탈 신고 처리 기간이 1년 6개월이나 걸리고, 부모의 이혼으로 부친과의 연락이 두절, 한국에 출생 신고를 할 수 없어 국적이탈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리씨는 불안감과 양심의 가책으로 지난 1월 공군 입대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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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표는 미국 내 선천적 복수국적 해당 한인 2세는 약 20만명으로 추산된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하는 한인 여성도 불안감을 토로하는 등 미국 전역과 전 세계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중 국적자를 처벌하지는 않지만 이민국이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헌재 출신의 재미 임국희 변호사가 설명했다.
실제 미국 공직사회의 주요 보직에는 이중 국적자가 배제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 대표는 전했다. 미 해군 핵잠수함 지원 요강에 ‘이중 국적은 안 된다’는 규정이 있고, 이중 국적자로 미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한인 남성은 전투기가 아니라 수송기를 조종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 국적법에 따라 선천적 이중 국적자가 된 한인 2세들이 공직이나 정계에 진출할 때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 대표는 지적했다.
전 대표는 “국적법의 국적 선택 명령제는 기존 국적 자동이탈제 개선 명목으로 도입됐지만 한국 정부가 출생 신고를 안 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파악할 제도적 방법이 없어 입법 당시부터 문제가 됐다”며 “미국에서 나고 자란 이민 2세에게까지 출생 신고를 강요하고, 18개월이란 처리 기간을 요구해 부모 이혼이나 그중 한 명이 사망해 출생신고서에 서명을 못할 경우 자녀의 국적이탈 신고를 어렵게 하고, 이탈 신고를 해도 수리 시점엔 기간 경과로 국적이탈 의미가 없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병역의무와 무관하고, 기존 국적 자동상실제로 만 22세가 넘으면 한국 국적을 자동 상실해 자신의 능력에 따라 공직과 입대 등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던 선천적 복수국적자 여성이 이젠 한국에 출생 신고 없인 국적이탈 방법을 없게 만들어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한인 매체 관계자 사이에서는 ‘미국 전역의 피해 사례를 취합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에 전 대표는 “한인 해군 장교가 이중 국적으로 중요 보직에서 밀려났을 때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고 준비하다가 복직돼 포기한 적이 있다”며 “이번 헌법소원은 한국 정부에게 ‘나중에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통지하는 성격도 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