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 완벽한 실력’ 등 포르투갈인들의 극찬 쏟아져
Amar pelos dois, 포르투갈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출전이래 첫 번째 우승곡
고은성은 18일에 방송된 KBS열린음악회에서 포르투갈 가수 살바도르 소브랄의 곡 Amar pelos dois(아마르 펠루쉬 도이쉬)를 완벽한 실력으로 불렀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 업로드된 후 포르투갈에서 입소문을 타며 각종 뉴스와 인터넷 커뮤니티 공유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조회 수 23만 회를 넘기며 유튜브 포르투갈의 실시간 인기 동영상 4위를 기록했다.
포르투갈 누리꾼들은 “그저 환상적이다”, “완벽한 포르투갈어 발음과 곡 해석 능력이 놀랍다”, “포르투갈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고 훌륭하게 불러줘서 감사하다”는 등 극찬을 쏟아냈다. 원곡을 부른 살바도르 소브랄도 본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자랑스러워 하는 반응을 보였다.
포르투갈인들이 이렇게까지 고은성의 Amar pelos dois 영상에 열광하는 이유는 현재 포르투갈의 문화적 상황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화된 K-Pop과 달리 포르투갈의 대중가요는 해외의 이목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19세기 문화유산인 파두(Fado)가 현재의 21세기 대중가요보다 잘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 살바도르 소브랄의 Amar pelos dois은 2017년 유로비전에서 우승함으로써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해외에서 인정받은 첫 포르투갈 대중가요로 각인됐다. 이 곡이 유로비전에 출전한 유럽 국가도 아닌 동양의 나라에서 불렸다는 점은 그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또다른 이유는 고은성이 브라질식 포르투갈어가 아닌 완벽한 유럽식 포르투갈어 발음으로 노래를 불렀다는 점이다.
포르투갈어의 원조 국가는 포르투갈이지만 브라질의 넓은 영토와 2억여 명의 인구·풍부한 자원 등으로 현재는 브라질의 포르투갈어가 해외에 더 잘 알려져 있다. 브라질식 포르투갈어에 비해 접하기도 힘들고 발음하기도 힘든 유럽식 포르투갈어를 한국인이 완벽히 소화한 영상은 포르투갈인들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해당 영상에 대해 “브라질식이 아닌 포르투갈식 포르투갈어로 불러줘서 행복하다”는 반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포르투갈 신문·방송사의 기사가 퍼지자 향후 포르투갈 콘서트 일정을 묻는 농담 반 진담 반 댓글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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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란 매년 유럽과 주변 국가들이 참여하는 최대 음악 축제로서, 정치적·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던 1950년대에 문화교류를 통해 국가 간의 화해와 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됐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스웨덴의 혼성그룹 아바(ABBA)가 1974년, 셀린디온이 스위스 대표로 1988년에 각각 이 콘테스트에 출전해 우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2020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사상 최초로 콘테스트가 취소됐다.
포르투갈은 1964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첫 참가하여 줄곧 하위권만 머물렀다. 49차례 도전한 끝에 2017년에 살바도르 소브랄의 이 곡으로 첫 번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게 되었다.
노래만큼이나 원곡자 살바도르 소브랄에 대한 이야기도 화제다. 2017년 당시 살바도르 소브랄은 만 26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심지어 당시 유로비전 리허설에는 곡의 작곡가이자 살바도르의 누나인 루이자 소브랄이 살바도르 대신에 무대에 오를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당해 12월에 심장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새로운 심장을 가진 그의 현재 건강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