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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가 본격적으로 문민정부 지우기에 나서면서 국제사회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미국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던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대해, 동맹들과 관계를 재건하겠다는 조 바이든 공약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무력이 국민의 뜻 위에 군림하거나 합법적인 선거 결과를 없애려고 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년 동안 미얀마 국민은 민주적인 선거와 민간 통치, 그리고 평화적 정권 이양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미얀마의 민주주의 진전을 바탕으로 제재를 해제했다”며 “이 진전을 뒤집으면 적절한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5년 수 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총선에서 압승하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6년 9월까지 미얀마에 대한 대부분의 제재를 해제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에 대해 즉각적인 권력 포기, 구금자 석방, 통신제한 해제, 시민에 대한 폭력억제를 압박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로선 미얀마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얀마는 미국보다 중국의 영향력을 크게 받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5년 미얀마에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군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미얀마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따라서 제재를 통해 압박을 가할 경우 고립상황에 몰린 미얀마가 중국에 밀착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또 해외교역 비중이 크지 않은 미얀마가 북한식 폐쇄주의로 빠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일 오전 긴급회의를 소집해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관해 논의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쿠데타 사태는) 미얀마의 민주주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군부에 대해 국민 의사를 존중하고 민주적 규범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1885년부터 수 십년 간 미얀마를 통치해온 영국도 이날 런던주재 미얀마 대사를 초치하는 등 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아웅 산 수 치를 포함한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투옥한 쿠데타를 규탄한다”며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하고 민간인 지도자를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방국가들이 일제히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지만 중국은 헌법을 준수하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사실상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행동에 나설 이유가 없어 진정될 때까지 지켜보기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SCMP는 중국이 미얀마와 좋은 관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군부가 정권을 잡더라도 중국과의 관계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는 미얀마 장·차관 교체를 ‘내각 개편’으로 표현하며 서구의 개입을 견제하는 논조를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