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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바이 아메리칸’, 교역국엔 트럼프 악몽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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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01. 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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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을 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이 닻을 올렸다. 그러나 이것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모토였던 미국 우선주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 아메리칸’ 추진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미국 CNN 등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 전 기자회견에서 “이곳 미국에서 자동화와 세계화의 힘이 노동자의 일자리가 성장하는 걸 막는다는 패배주의적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미국 제조업의 활력이 과거의 것이라는 말을 단 1초도 믿은 적이 없다. 미국 제조업은 2차 세계대전 때 민주주의의 병기고였고 지금은 미국 번영 엔진의 일부여야만 한다”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연방기관이 기간시설을 구축하거나 자동차 같은 장비를 구입할 시 미국 제조업에 도움이 되도록 미국산 제품 구매를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CNN에 따르면 이는 지난 주 바이든 대통령이 생활이 어려운 미국인들에게 추가적인 구호활동을 지시하고 연방정부 계약자와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는 절차에서 이미 시작됐다.
아울러 기존 규정을 보완해 예외 사유를 더 엄격히 규제하고 백악관이 제도 운용을 직접 감독하도록 한다. 바이 아메리칸은 한해 연방정부가 구입하는 6000억달러(약 661조원) 정도의 상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 적용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추산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연방정부 차량을 모두 미국산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강조하는 한편 조달을 통해 5세대이동통신(5G)·인공지능(AI) 등 다른 신성장 동력에도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조치는 급격한 세계화의 바람 앞에 고전을 거듭해온 미국 제조업계에 호재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 2월 이후 54만3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스캇 폴 미국제조동맹 회장은 “트럼프가 미국인을 고용하는 것에 대해 많이 얘기했지만 그의 행정명령은 전혀 의미가 없었다”며 “바이든이야말로 ‘메이드 인 아메리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큰 틀에서는 경기 회복과 노동자 보호에 방점을 둔 바이든식 보호주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미국을 재건할 세금을 쓸 때 미국 상품을 사고 미국 일자리를 떠받친다는 개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주요 교역국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바이든 새 행정부가 표면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존중과 협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나 결국 국내 사정에 의해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의 ‘바이 아메리칸’과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가 국산품 애용이란 점에서는 유사하다”고 풀이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특히 미국 연방정부의 조달시장에서 영업해온 외국 기업들에게 대형 악재로 여겨진다. 캐나다는 총리가 직접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22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정상통화에서 ‘바이 아메리칸’을 둘러싼 불만을 전달했다. 마크 가노 캐나다 외무장관은 CBS와 인터뷰에서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매우 강력한 통합 공급망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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