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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 세계 억만장자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해 이들의 자산을 늘리는 데 기여한 결과를 낳았다고 미국 지상파 NBC뉴스가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의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 ‘다보스포럼’ 보고서를 인용해 26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코로나를 ‘불평등 바이러스’라고 규정한 옥스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억만장자 총자산은 작년 말 11조 9500억 달러(약 1경 3175조 원)로 대유행 초기였던 지난해 3월 중순보다 3조 9000억 달러(약 4300조 원)나 늘어났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억만장자 목록에 있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분석 근거로 삼은 옥스팜은 특히 자산 증식 1위 베이조스(1289억 달러·142조 1123억 원), 2위 머스크(782억 달러·86조 2200억 원)를 비롯해 빌 게이츠,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최고경영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등 세계 10대 억만장자들이 이 기간 동안 불린 자산만 총 5400억 달러(약 595조 35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NBC는 “세계 50대 갑부 중 자산이 감소한 이는 단 3명에 불과하다”며 “전염병에서 회복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는 세계의 불우한 사람들과 뚜렷하게 대비된다”고 논평했다.
심지어 현재 억만장자들의 총자산은 주요 20개국(G20)이 코로나 대응에 퍼부은 돈과 맞먹는 수준이며 전 세계인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이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데 필요한 액수보다 훨씬 많다는 게 옥스팜의 설명이다. 옥스팜이 79개국 경제학자 295명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 대유행 때문에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각각 87%와 78%였다. 옥스팜은 “역사는 코로나 대유행을 ‘사실상 모든 국가에서 동시에 불평등이 심화한 사상 첫 사례’로 기록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실제 코로나는 없는 사람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날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어번인스티튜트의 짐 패럿 연구원이 내놓은 ‘퇴거 위기 피하기’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1월 현재 미국에서 집세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가 1000만 명이 넘을 걸로 분석됐다고 미국 CNBC가 전했다.
이 숫자는 미국 전체 세입자의 18% 가량이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집을 압류당한 700만 명보다 훨씬 많다. 보고서는 1인당 5600달러(약 617만 원)의 집세가 밀려 총 연체금은 573억 달러(약 63조 2000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연구진은 “집세를 제때 납부한 세입자들에 비해 체납 세입자는 저소득층, 저학력층, 흑인, 다자녀 가구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코로나로 사라진 일자리가 2억 2500만 개에 달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도 나왔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때의 4배인 걸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시간이 8.8% 줄었고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집단은 여성과 젊은 사람들이었다고 ILO는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