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일간지 텡그리뉴스는 21일(현지시간) 자국 정부 공식조사 결과를 인용해 “한국에 체류하는 카자흐스탄 근로자들이 높은 임금과 노동자에 대한 인간적인 대우 덕에 한국 생활에 매력을 느낀다”고 보도했다.
텡그리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근로자들은 불법체류의 불안함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한국의 임금수준이 높고 근로조건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체류하고 있는 카라간다 출신 마랏은 “한국에서 성실함을 인정받으면, 월 2~3백 만원은 무난하게 받을 수 있다.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공사현장이나 공장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상당한 임금을 받는다. 일은 고되지만 그다지 숙련도를 요구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현지 월 평균 임금은 400달러(약 44만 원)선이다. 카자흐스탄 주요 도시의 외곽 신축아파트가 평균 6만 달러(약 660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월 2백만 원의 급여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불법 체류자인 마랏은 2017년 옷 몇 벌만 챙겨 한국에 입국해 곧바로 라디에이터 공장에 취직했다. 매달 임금으로 300여만 원을 받아, 절반은 본국의 가족에게 보내고 나머지 반은 생활비로 쓰고 또 남은 돈은 저축해 지금은 약 2천여만 원을 모았다. 이어 그는 “단순히 임금만 높은 것이 아니라 카자흐스탄에 비해 인간적인 처우도 괜찮은 편이다. 지인 중 한 명이 건설공사현장에서 추락해 다친 일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해고당하긴 했지만 치료비는 지원받았다”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일간 텡그리뉴스가 보도한 ‘대한민국 내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인에 대한 실태’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정부 공식조사 결과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국민은 모두 2만 5000여 명이다. 이 가운데 1만여 명이 불법체류를 하고 있다. 텡그리뉴스는 불법체류자들이 단기 관광비자를 받거나, 30일 무비자 협정을 통해 한국에 일단 입국한 후 잠적한다고 보도했다. 외국인 입국자에 대한 한국 이민국의 관리가 허술한 점을 노린다는 것이다.
대우가 좋은 것으로 입소문이 나다 보니 카자흐스탄에선 한국으로의 취업알선사기도 성행하고 있다. 취업사기는 한국으로 일하러 오려는 근로자들이 비교적 교육수준이 낮고 해외 경험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현지에서 돈을 챙긴 뒤 한국에 입국하면 ‘뒤통수를 치는’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로 인해 한국에 체류하는 카자흐스탄인들 사이에 합법·불법 체류자를 막론하고 서로를 도와주는 SNS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인들은 한국사회에 원만하게 융화하기 위해 대한민국 법이나 문화 등에 대해 자체적으로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범죄 같은 사건 사고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카자흐스탄 외무부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한국에서 사망한 카자흐스탄 국민은 75명이며, 그 외 각종 사건 사고로 한국에서 처벌 받은 카자흐스탄 국민은 17명이라고 밝혔다. 이들 중 일부는 불법체류자로 산업현장에서 근로 중 사망하였거나 추방조치 됐고, 일부는 한국에서 저지른 범죄로 인해 실형을 받았다.
반면, 선행으로 한국에서 영주권을 받게 된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에 거주하던 카자흐스탄 국적의 불법체류자 ‘알리’는 자신이 거주하던 원룸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자 가스관을 타고 불길이 치솟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주민 10여 명의 탈출을 도왔다. 이 과정에서 손에 2~3도 화상을 입기도 했다. 구조대원과 경찰이 화재 현장에 도착하자 불법체류자였던 알리는 처벌이 두려워 곧바로 현장을 떠났다. 이후 불법체류자 신분이 알려져 본국으로 추방될 뻔 했으나, 이웃주민의 청원 등으로 의상자 인정을 받아 한국 영주권을 발급받게 되면서 카자흐스탄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