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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문재인 ‘종전선언·동북아 협력체’ 북·중·일 호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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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민 기자

승인 : 2020. 09. 23. 19:43

양무진 "코로나19 계기, 동북아 신안보 선순환 구도 전략
중국 설득으로 북한 참여 가능성...종전선언 반응은 자제"
김용현 "수해 심각해 외부 지원 절실, 중국이 나서면
국제적인 협력 차원서 대북 지원 물꼬"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75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한국시간) 75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에 한반도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했다. 또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남북과 중국, 일본, 몽골까지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상을 전격 제안했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한 번 꺼내 들고,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다자 방역·보건 협력체제를 제안한 것은 어떤식으로든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로 이끌어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천명이다.

일단 오는 29일(미국 현지시간) 연설에 나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과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상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주목된다. 다만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문 대통령이 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인데다 한·일 간 갈등 격화 국면, 그리고 북한이 내치에 주력하고 있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과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고 설득하면 국제적 협력 차원의 대북지원의 물꼬를 틀 수도 있어 자연스럽게 남북관계 개선의 공간이 열릴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을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3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상은 코로나19로 지칭되는 동북아 신안보 문제를 선순환 구도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양 교수는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상이 지난달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방한 때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조율된 안건인 만큼 중국의 설득으로 북한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양 교수는 “일본이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종전선언 역시 북한이 당 창건 75주년과 8차 당 대회를 준비하는 등 내치에 주력하고 있어 공개적인 반응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학과)는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수해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고, 외부적으로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관망) 상태”라며 “지금 현재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 종전선언을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교수는 “동북아 협력체제는 북한이 자력갱생을 외치며 수해 복구를 하고 있지만 함경도 피해 상황 등이 심각해 외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나서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협력 차원이 이뤄진다면 대북 지원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든 것은 북·미 간 적대 관계를 해소함으로써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 깔렸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언급과 관련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통해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로 들어서자고 제안 한 것”이라며 “대화는 중단되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 교착국면을 뚫기 위해 문 대통령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전협정 당사자인 북·미·중은 냉담한 상황이다. 북·미 간 대화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같은 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 호소와 코로나19 방역 동북아 연대 제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가 가장 큰 관건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선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그동안 남측 정부가 수해 복구 지원 의사를 밝히는 등 북측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했지만 일절 호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판문점 선언의 결실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고 한때 대남 군사행동까지 시사하며 남북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남북 협력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해 남측이 건네는 손을 다시 잡으려는 기색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남측 정부의 수해 복구 지원 의사에 대해 김 위원장은 “큰물(홍수) 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고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방역·보건 분야 협력으로 시작된 동북아 협력체를 북핵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찾는 국제협력기구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어 그 성사 가능성이 크게 주목된다.
정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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