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전략적투자자 지위 취득 성과
현지 1000개 지점활용 시너지 기대
김정태 "양국 금융가교 수행할 것"
KEB하나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들은 현재 국내 금융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 보고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김 회장 역시 하나금융이 향후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해선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하에 글로벌 경영을 택했다는 얘기다. 실제 김 회장이 국내 시장에서 이자수익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고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한 수익 확보를 위해 택한 것도 글로벌과 디지털이었다.
KEB하나은행은 12일 베트남 자산규모 1위 은행이자 4대 국영상업은행인 BIDV(Bank for Investment and Development of Vietnam)의 외국인 전략적 투자자 지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KEB하나은행은 BIDV의 지분율 15%를 확보하면서 2대 주주가 됐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지난 7월 BIDV의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지난달 말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지분인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KEB하나은행이 이번에 취득한 주식 수는 BIDV가 신주로 발행한 6억330만2706주다. 취득금액은 1조148억원으로 베트남에서 이뤄진 국내은행의 지분투자 중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전략적 지분투자를 기반으로 KEB하나은행은 리스크 관리 기법과 개인금융 관련 노하우를 전수해 기업금융 위주인 BIDV의 자산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향후 하나금융그룹 관계사들과 다양한 협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BIDV는 1957년 설립돼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규모가 66조3000억원, 당기순이익 3809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지 4대 상업은행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BIDV는 대출자산의 70% 이상이 기업대출이다. 상대적으로 소매금융이 약하다. 하나금융과 손을 잡게 된 배경도 이 때문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소매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PB를 중심으로 한 소매금융과 디지털뱅킹, 리스크 관리에 경쟁력을 보유한 KEB하나은행을 전략적 투자자로 선정했다는 후문이다.
하나금융이 인수합병(M&A)이나 법인설립 등의 방식보다 전략적 지분투자를 선택한 데는 BIDV의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베트남 시장에서 이미 현지 네트워크와 기반을 다진 BIDV와의 협업을 하게 되면 KEB하나은행을 시작으로 계열사들까지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BIDV는 베트남 전역에 1000여개의 지점과 사무소, 5만8000개에 달하는 ATM 등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베트남은 매년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는데 비해 은행계좌 보유율은 30%대 수준으로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는 점도 이번 전략적 투자를 택한 이유로 풀이된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베트남을 비롯해 미얀마 등 신남방국가들을 택하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는 신성장 동력으로 글로벌 부문을 강조해왔던 김 회장의 경영 전략이 녹아들어 있다. 김 회장은 임기 초반부터 글로벌 사업 비중을 2025년까지 40%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올해 3월 계열사의 맏형인 KEB하나은행 사령탑으로 ‘글로벌통’인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플랫폼인 GLN(Global Loyalty Network) 사업에도 속도를 내면서 대만, 태국 등에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2016년 146개에서 2017년 155개, 2018년 178개, 올해 3분기 기준 총 24개국에 185개로 확대됐다. 글로벌 부문 순이익도 지난해 31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3388억원)과 비교하면 소폭 줄었으나, 주요 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의 지난해 글로벌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0%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부문의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베트남 전략적 지분 투자와 관련해 “BIDV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양행의 활발한 제휴로 현지 기업과 베트남 진출 대한민국 기업 모두에 앞서가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대한민국과 베트남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금융 가교 역할을 수행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