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이동수단 장려하던 정부의 정책 모순"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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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5일부터 인도에서 전동 킥보드 및 개인용 이동수단(PMD·Personal Mobility Device)을 탈 경우 최대 2000싱가포르달러(약 170만원)의 벌금 또는 징역 3개월에 처하는 내용의 법안을 시행했다. 싱가포르 교통부는 전동 킥보드와 부딪혀 목숨을 잃은 60대 여성의 사례를 들며 이러한 법안을 지난 4일 발표했다. 교통부 고위 당국자 람 핀 민 박사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라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법안 시행에 업계 관계자들은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라며 날 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조처는 지난 1월 2일 전동 킥보드 등록법 시행에 따라 전동 킥보드 공유업체의 운행 및 보유 킥보드 수를 제한한 규제 샌드박스 이후 시행된 것이다. 식품 배달업체 등에 전동 킥보드를 납품하는 전동 킥보드 공유업체 텔레포드(Telepod)는 법안에 대해 비판을 제기했다.
찬 지트 옌 텔레포드 마케팅 책임자는 “새로운 규제 때문에 모든 배송 업체들은 또 다른 이동수단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텔레포드는 음식 배달업체인 푸드판다와의 제휴를 보류하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일본 등 해외 시장에 집중해 법안 시행에 따른 손실분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재커리 왕 뉴론 모빌리티(Neuron Mobility) 대표도 “새로운 규제로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게 법적으로 불가능해졌다”며 텔레포드와 마찬가지로 태국·호주 등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뉴론 모빌리티는 전동 킥보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일각에서는 정부 규제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싱가포르 기반 아시아 전동 킥보드 공유업체 빔(Beam)은 “규제 불확실성에 싱가포르를 주력 시장으로 가져갈 수는 없겠지만 싱가포르 (시장을)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크리스토퍼 힐튼 빔 기업담당 부사장은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은 실망스럽다”면서도 “공원 등 운행이 허용된 지역에서 사업이 가능한 지 면밀히 검토할 것 ”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사회과학대학의 월터 테세라 부교수는 전동 킥보드에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테세라 부교수는 정부가 정책적 모순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그간 싱가포르에서 전동 킥보드는 친환경 이동수단을 장려하는 정부의 기조에 힘입어 레저·출퇴근·배달 이동수단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됐다. 이로 인해 전동 킥보드 공유업체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중심상업지구(CBD)·사이언스 파크 등 주요 산업단지에서는 공유경제 확산에 발맞춰 전동 킥보드가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입지를 확장하고 있었다.
싱가포르는 인구밀도가 세계 3위로 단거리 이동이 효율적인 전동 킥보드의 인기가 높다. 육상교통청은 지난 4일 기준 싱가포르 내 전동 킥보드 이용자 수를 10만명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