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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연의 오페라산책]제11회 세일한국가곡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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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승인 : 2019. 10. 06. 11:30

"키 큰 소년이 떠난 자리, 우리 가곡의 향기는 오롯이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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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세일한국가곡의 밤 공연 모습./제공=세일음악문화재단
지난 3일 제11회 세일한국가곡의 밤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지난해 10주년을 알차게 기념했지만 올해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재)세일음악문화재단의 설립자이자 세일한국가곡콩쿠르, 세일한국가곡의 밤을 꾸준히 이끌어 오던 정승일 이사장이 6월 27일 타계한 가운데 열렸기 때문이다.

고(故) 정승일 이사장은 건설설비기업 세일ENS를 건실하게 경영해온 기업인이면서 한국가곡과 우리 클래식음악계를 위해 여러 방면에서 묵묵히 헌신해온 후원자였다. 2008년 설립한 세일음악문화재단도 대한민국이 문화선진국으로 성장하는데 밀알이 되기 위한, 그의 소신의 산물이었다. 정 이사장의 노력과 희생에 힘입어 세일음악문화재단은 지난 10년 간 한국가곡의 든든한 지킴이이자 미래의 길잡이로 훌륭히 성장했다.


정승일 이사장
고(故) 정승일 세일음악문화재단 이사장.
이번 음악회는 이러한 정 이사장의 유지를 받들고 세일음악문화재단의 새로운 10년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올해 세일음악문화재단에서는 세일한국가곡집과 음반을 동시에 발매했다. 그리고 그동안 세일한국가곡콩쿠르 작곡부문을 통해 입상한 신작 한국가곡의 영상화사업을 진행해, 1차로 완성된 5곡의 뮤직비디오가 이달 1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음악회 1부는 잘 알려진 한국가곡들을 세일한국가곡콩쿠르를 통해 입상한 우리 성악계의 신예들과 정상급 중견성악가들이 함께 연주하는 무대로 꾸며졌다. 우리 성악가들에게 있어 한국 가곡은 종종 노래할 기회가 있는 친근한 연주곡이지만, 세일한국가곡의 밤 무대에 서는 이들의 자세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소프라노 강혜정, 메조 소프라노 정수연, 테너 신상근, 바리톤 양준모, 김종표는 뛰어난 오페라가수이기도 하지만 한국가곡의 해석에 있어서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는 성악가들이다. 이날도 정확한 딕션과 풍부한 감성으로 주옥같은 시어와 아름다운 선율의 우리 가곡을 들려주었다. 또한 이들은 이번 한국가곡 영상화 작업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이번 영상화 사업이 한국가곡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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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세일한국가곡의 밤 공연 모습./제공=세일음악문화재단
2부는 이건용 작곡가가 올해의 세일한국가곡상을 수상하면서 시작됐고, 세일한국가곡집과 음반 발매 쇼케이스로 이어졌다. 섬세한 미감을 살린 피아노 반주와 함께 노래된 신작 우리 가곡들은 그동안 한국가곡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응어리진 한과 비련의 정서에서 벗어나 보다 확장된 세계를 보여주었다. 다양한 형식을 자유롭게 사용한 현대 한국가곡들을 통해서 우리 시대의 음악 뿐 아니라 한국 시문학의 진화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고 정승일 이사장은 기업인이었지만 누구보다도 음악과 예술을 사랑했고, 그것에 평생 많은 애정을 기울였다. 그가 한국가곡 분야를 비롯해 우리 음악계에 정성들여 뿌리고 가꿨던 씨앗은 초록빛 싹을 틔워 오늘날 단단하게 자라고 있다.

고인의 친우였던 심봉석 시인이 지은 시처럼 정 이사장의 꿈은 한 편의 가곡으로 우리 옆에 남았다. 앞으로도 그 꿈은 수많은 한국가곡으로 찬란하게 영글어 갈 것이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 상명대 교수(yonu44@naver.com)


손수연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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