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등 반도체 크러스터 조성단계 참여는 긍정적
정부 주도 대중소 생태계 조성 '부작용' 우려도
6일 아시아투데이가 소재부품 자립 5년 계획에 대한 국내 대기업들에 관련 사항을 문의한 결과, 아직 정부 및 중소기업과 이번 정책에 대한 협력사항이 구체화되진 않은 것으로 조사 됐다. 정책 자체를 정부가 전권을 잡아 끌어가고 있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도 정부가 전방위적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소재부품 자립화 전략이 상당부분 성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과 현실화 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갈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00%는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은 소재부품의 자립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일본의 첨단 기술을 따라가려면 반세기가 걸린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주 실장은 “품목별로 봐야 한다. (첨단소재 등) 일부에선 그럴 수 있지만 상당부분은 자립화 가능한 정책”이라고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좀 더 구체적인 얘기를 꺼내놨다. 김 연구원은 “기술적인 부분은 쫓아가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우리가 100% 국산화 하려는 게 아니고 이런 이슈때 영향이 없게 하는 정책”이라면서 “파격적 조건의 해외 투자유치나 기업 M&A,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특히 급변하고 있는 새로운 공정에, 새로운 부품과 기술을 국산으로 채택한다면 획기적인 국산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올 초 120조원을 투자하는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에는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업체들도 모두 함께하는 걸로 구상돼 있었고 진행 중”이라며 “이번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더 탄력 있게 추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판적인 시각으론 주력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자유시장체제를 해치는 인위적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가치 사슬을 통해 생산하고 경쟁하는 시대에, 부품자립을 정부가 주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가장 소재부품을 잘 만드는 곳과 협력해서 제품을 만들어도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은 판”이라고 했다. 퍼스트 무버의 길을 걸어야 하는 주력산업의 길에, 국내 중소기업 육성을 지켜보며 맞춤형 개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전략을 통해 만들어낸 국산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랬을 때 대기업한테 제품을 사주라고 정부가 요구하게 된다면, 결국 공멸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품목을 지목해 인위적으로 생산을 강요하는 것도 시장주의적이지 않을 뿐더러 정부 재정을 쏟아부어 해결하려고 한다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정 품목에 편중된 과잉투자가 나타날 수 밖에 없고 결국 마구잡이로 국산화를 위해 지어놓고 만들어 놓은 회사들을 나중에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의 연속성과 지속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졌다. 당장 정부 지원을 받고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나중에 어떤 규제가 어떤 이슈로 등장해 지원이 중단될 지 모른다는 우려다. 그는 규제를 없애주고 투자환경을 개선해주면 자연적으로 산업에 맞는 환경이 조성되고, 여기서 살아남는 기업이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게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