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0주년을 맞는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유혈 시위 사태에 대한 재평가 요구가 최근 사회 지도층 인사들로부터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해 중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시 희생자들에 대한 추도 행사나 재평가 요구 시위 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최근 전국 31개 성시(省市) 공안 책임자들이 베이징 비밀 회동을 통해 대책을 숙의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의 반체제 인사들과 해외 망명객들은 끈질기게 톈안먼 사태에 대한 재평가와 당국의 진솔한 사과를 요구해왔다. 또한 상징적이나마 관련자의 처벌도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애써 무시하는 자세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부터 예년과 다르다. 한 세대인 30년이 흐른 만큼 이 문제가 이제는 더 이상 금기시 돼서는 안 될 가장 핫한 사회적·정치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으로 우선 희생자 가족들이 중심인 톈안먼어머니회의 행보를 꼽아야 한다. 지난해에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에게 “톈안먼 사태는 국가의 인민에 대한 범죄”라고 주장하는 편지를 보낸 후 사태 재평가 요구 농성만 벌였지만 올해는 사달을 낼 각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의 주축인 희생자 어머니들은 공권력으로 다루기 어려운 고령인 탓에 중국 당국에서도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바오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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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쯔양 전 총서기의 정치 비서 바오퉁. 톈안먼 사태 재평가를 강력하고 요구하고 있다./제공=바이두(百度)
당시 학생들의 민주화 요구에 동조하면서 사태의 중심에 섰던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의 정치 비서였던 바오퉁(87) 역시 고령임에도 재평가를 적극 요구하고 있는 사회 지도층 인사로 손꼽힌다. 공안 및 정보 당국으로부터 외출과 대(對) 언론 접촉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고 있음에도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해 그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우왕(右王·우파 분자의 왕)이라는 비난과 함께 압박도 감내해야 하는 처지에 직면해 있다.
장옌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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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사태 희생자들에 대한 치료를 진두 지휘한 전 인민해방군 30병원의 장옌융 소장./제공=바이두1
톈안문 사태 당시 희생자들에 대한 치료를 진두 지휘한 인민해방군 301병원의 의사 장옌융(蔣彦永·87) 소장(준장)도 거론해야 한다. 최근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 듯 시 주석에게 편지를 보내 사태의 재평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발생한 비극의 참상을 누구보다 잘 목격한 주인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안은 상당히 중대하다고 봐야 한다. 20대 초반 때 톈안먼 시위에 참가한 바 있는 칭화(淸華)대학 출신의 린(林) 모씨는 “당시 사태에 관련된 사람들은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직면해 있다. 당시 가장 어린 나이로 시위에 나섰던 나조차도 50대를 훌쩍 넘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관련자들이 진실을 말해야 한다. 역사에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면서 장 전 소장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
천윈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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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되자마자 톈안먼 사태 재평가를 요구한 반체제 인사 천윈페이. 모친과 자리를 함께 했다./제공=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이 외에도 칭화대학 법학과의 쉬장룬(許章潤·58) 교수, 지난 25일 4년형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반체제 인사 천윈페이(陳雲飛·56), 해외 망명중인 톈안먼 사태 주동자 왕단(王丹·50)과 우얼카이시(吾爾開希·51) 역시 재평가 요구 목소리를 높이는 인사들이다. 특히 왕단과 우얼카이시 등은 망명객답게 시 주석 정권을 성토하면서 퇴진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분위기만 놓고 보면 중국 당국이 톈안먼 시위 유혈 진압에 대한 정당성을 부인하고 재평가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좋다. 그러나 워낙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엄청난 정치적 격변이었던 사실을 상기하면 언제인가 한 번은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민간인 희생자 수는 3000명 안팎이란 주장에서부터 1만명이 넘는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톈안먼 사태는 시 주석 정권의 혹이 되면서 두고두고 부담을 줄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