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바레인이 2022년까지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새로운 세금 정책이나 지출 삭감 정책을 추가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3일까지 바레인을 방문했던 IMF 사절단은 바레인의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1.7%에 달했으며, 공공부채는 GDP의 93%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IMF는 바레인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와 동일한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바레인은 2014년 중반부터 시작된 저유가 여파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GDP 대비 -18.4%, -17.2%, -13.2%의 재정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11월 만기인 7억5000만 달러(약 8482억원) 규모의 국채(수쿠크·이슬람 율법에 따라 발행된 채권)를 결제하지 못할 처지에 놓여 주변국에 손을 벌리기도 했다. 당시 바레인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3개 걸프 산유국으로부터 긴급 자금지원을 받았다.
바레인은 재정적자에서 탈출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통신·의류·호텔·숙박·자동차·전자제품과 성형 등 일부 의료 서비스, 그리고 기타 소비재에 5%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도입해 시행중이다. 또한 물과 전기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고, 공무원 명예퇴직 계획을 도입했다. 이 같은 방안들은 바레인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9~2022 재정 균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인플레이션이 고조되고 있는데 반해 임금에는 변동이 없는 바레인 국민들의 허리띠를 조르는 것으로 반(反) 정부 시위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바레인은 지난 2011년 시아파가 주도한 ‘아랍의 봄’ 민중봉기를 겪은 바 있어 경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바레인은 시아파가 60%에 달하고, 수니파는 25%에 불과하지만 수니파 왕족이 지배하고 있다.
바레인은 지난해 발견한 거대 원유 매장지가 재정적자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레인이 서부 해안에서 새롭게 발견한 칼리즈 알-바레인(Khleej al-Bahrain) 유전 및 가스전에는 800억 배럴 이상의 셰일 오일과 5660억㎥의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유전 및 가스전 개발에 최소 4~5년이 걸리기 때문에 즉각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핀테크 허브로 거듭나 재정적자 탈출은 물론 경제를 살리겠다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바레인의 스타트업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된 핀테크 베이의 최고 책임자 칼리드 사드는 “이 사업이 바레인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핀테크 베이에는 36개 기업이 참여한 상태. 그러나 이 계획 역시 바레인의 경제 회복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세르 사이디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핀테크가 바레인 경제 성장에 1~2%라도 기여할 것 같느냐”고 반문하면서 “핀테크 허브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