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14년부터 야심 차게 추진해 온 화장실 보급 정책, ‘클린 인디아’ 캠페인이 인도 시골 지역의 문화적 거부감을 극복하고 현재까지 화장실 9000만 개를 설치하는 데 성공하면서 인도의 보건 위생이 크게 증진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노상배변을 위해 항상 먼 길을 나서야 했던 여성들의 인권이 크게 향상됐으며, 더 나아가 여성고용 창출 효과까지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아시안리뷰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네 아이의 엄마인 샤밀라(40)씨는 최근 자택 안에 화장실을 갖는 평생의 꿈을 드디어 이루었다. 인도 북서부 가도지의 시골마을에서 살고 있는 그녀와 두 딸은 1년여 전까지만 해도 볼일을 보기 위해 인적이 드문 들판으로 긴 여정을 떠나는 수밖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샤밀라씨의 딸 마니샤(20)씨는 “우리들은 날이 어두워진 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찾아 단체로 나서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마니샤씨의 언니 니샤(21)씨는 “뱀이나 독이 든 벌레에게 물릴 위험 외에도 길에서 (남성들로부터) 원치 않는 주목을 받거나 폭행 당할 수 있어 화장실을 찾아 밖으로 ‘모험’을 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했다”고 덧붙였다.
샤밀라씨와 두 딸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클린인디아’ 캠페인의 수혜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10월 시작된 클린인디아 캠페인은 마하트마 간디 탄생 150주년 기념일인 올해 10월 2일까지 인도 전역을 ‘노상 배변 없는 나라(Open Defecation Free)’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화장실을 보급하고 있다. 1조 루피(약 15조 78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1억 110만 개의 화장실을 건설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장실 건설 사업이다. 이 사업에 들어가는 자금 가운데 15억 달러는 세계은행이 차관 형식으로 지원했으며, 나머지는 인도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6:4의 비율로 분담한다.
클린인디아 캠페인 총괄인 파라미스와란 이예르는 “여성의 안전과 존엄이 이 캠페인을 통해 크게 향상됐다. 또한 이는 여성 고용 창출에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인도 북동부 자르칸드주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석공이 돼 스스로 화장실을 짓고 있다”며 “이 캠페인을 위해 고용된 여성 석공의 수만 3만~4만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의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서 화장실 시설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6%가 넘는다. 2016년 릭실 그룹·워터에이드·옥스포드 이코노믹스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2015년 인도의 화장실 부족으로 인한 손실을 GDP의 5.2%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클린인디아 캠페인 추진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인도인들의 전통적인 인식이다. 가부장적인 인도 가정에서는 집 안에 화장실을 들이는 것에 대한 반감이 심했다. 신성한 기도실과 음식을 만드는 부엌이 있는 집 안에다 불결한 화장실을 설치할 수 없다는 문화적인 저항 때문. 이들은 야외에서 배변하는 것이 더 청결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또한 변기 청소 같은 불결한 일은 가장 낮은 계급인 ‘불가촉천민’ 달리트에게나 적합하다고 여겼다.
뿌리 깊은 반감을 없애기 위해 아미타브 밧찬과 악쉐이 쿠마르 등 발리우드 톱스타들이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쿠마르는 2017년 발리우드 영화 ‘화장실: 러브스토리’에 출연하기도 했다.이 영화는 갓 결혼한 아내(부미 페드네카르 분)가 집 안에 화장실을 지어주기 전까지는 남편(악쉐이 쿠마르 분)과 함께 살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다. 이 영화는 30억 루피(473억 4,000만 원)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으며, 클린인디아 캠페인 확산에도 큰 공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