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르포]용산기지 가보니…한국전쟁·일제흔적 곳곳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81104010001663

글자크기

닫기

정아름 기자

승인 : 2018. 11. 04. 15:33

연말까지 버스투어 진행
용산미군 기지
용산미군기지 내 위수감옥에 6·25 전쟁 당시에 생긴 탄환자국이 남아았다./사진 = 정아름기자
2일 방문한 서울 용산미군기지(용산기지)는 미국식 현대건물 사이에 드문드문 일제강점기 건축물이 같이 자리해 독특한 느낌을 자아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당시 흔적이 그대로 보존돼있어 살아있는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114년만에 용산기지가 공원조성을 앞두고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용산기지는 1904년 일제가 러일전쟁을 기점으로 용산일대를 조선주차군사령부 주둔지로 사용한 이래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 광복 이후에는 줄곧 미군기지로 쓰이면서 여전히 금단구역으로 남아있었다.

용산기지 공개는 버스 투어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입장 전 주민등록증으로 신분을 확인한 뒤 ‘I LOVE KOREA’가 쓰인 비표 뱃지를 나눠줬다. 배지 없이는 버스 탑승이 불가하니 꼭 착용하라고 행사 관계자가 설명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박순자 국회국토교통위원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시민 등이 동행했다.
버스투어 사전행사를 마친 뒤 오후 3시경 경찰차 한대가 버스 앞을 호위하면서 버스가 미군기지 14게이트로 진입했다.

투어는 14번게이트 → 사우스포스트 벙커(일본군작전센터) → 121병원(총독관저터)→ 위수감옥 → 둔지산 정상 → 주한미군사령부 → 한미합동군사업무단 → 병기지창 → 남단터 → 드래곤힐 호텔 순서로 이뤄졌다. 보안상 위수감옥·한미합동군사업무단·남단터 등 3곳만 버스에서 내려 직접 볼 수 있으며 나머지 장소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것만 가능했다. 약 9km 구간이다.

14번게이트에 들어가자마자 오른편에 사우스포스트 벙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벙커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방공작전실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광복이후 미 7사단 사령부 사무실로 사용되다가 6·25 전쟁 직전에는 대한민국 육군본부 정보국 작전 상황실로 쓰였다. 당시 한강철교 폭파가 여기서 결정됐다.

용산기지는 병원·호텔·학교 등 대형 수용시설을 빼고는 단층 건물로 지어져 미국의 한적한 도시를 지나는 느낌이었다. 1980년대 초 동아시아 최대 식료품점으로 지어진 COMMISSARRY 매장도 보였다. 버스정류장에는 미군 2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정표는 모두 영어로 표기 돼있었고 주차금지·주정차금지 등의 문구만 한글로 씌어있었다.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오자 여기가 미국이 아닌 용산기지임이 실감났다.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고 있어서 폐쇄된 건물도 제법있어 썰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김천수 용산문화원 용산문화실장은 “1000여동 건물 중 100동이 넘게 폐쇄됐으며 내년말까지 80%가 폐쇄될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버스로 달리다 높은 돌벽으로 싸인 구역이 나타났다. 이곳은 미 대사관 직원 숙소로 용산기지내에서도 특별한 구역이다.

숙소를 지난 뒤 121병원 건물이 보였다. 병원은 과거 용산 총독관저로 쓰인 곳이다. 당시는 고층건물이 없어 관저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등 입지가 좋아 연회장으로 사용됐다.

첫번째 도착지인 위수감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직접 살펴본 위수감옥은 6·25 전쟁당시 남겨진 탄환자국이 벽에 곳곳이 뚫려 있었다. 불과 얼마 전 생긴 흔적같이 선명했다.

이곳은 서대문 형무소의 축소판으로 불리며 일제강점기 때 사형도 집행됐다. 시신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문이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김두한도 수감된 적이 있다.

버스는 다음 장소인 한미합동군사업무단(업무단)으로 이동했다. 과거 일본군들이 막사로 사용했던 곳이며 소련군의 임시숙소로도 썼던 곳이다.

업무단 인근에는 만초천이 자리하고 있었다. 만초천은 길이 500m가량의 짧은 천이지만 인공적인 복개 작업없이 자연상태로 보존돼 있었다. 만초천 위에 놓인 다리는 아치형으로 일제시대 건축형식을 엿볼 수 있었다.

김병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업무단은 안보적으로 중요하고 최근에는 한미동맹의 메카라는 2가지 의미가 있다”면서 “공원을 만들 때 이러한 역사도 살리고 자연도 살렸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남단터에 도착했다. 남단터는 과거 기우제를 지냈던 곳이다. 보존을 위해 주변에는 철그물이 쳐져있었다. 문화재청의 요구로 미군이 설치했다.

유 전 청장은 “조선시대 정체성을 보여주는 곳”이라면서 “기우제는 비가 올때까지 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100% 비가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사시설이 아니었으면 아파트가 들어왔을 것”이라면서 “서울의 허파가 될 수 있는 공간으로 뉴욕 센트럴파크를 능가하는 녹지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2021년까지 용산기지에서 모두 평택으로 거점을 옮길 예정이다. 이후 용산공원은 243㎡ 규모로 들어선다.

김 장관은 일각에서 용산기지에 임대주택을 조성하자는 의견과 관련 “결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면서 “어떻게 공원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도 “114년만에 개방되는 곳으로 민족적 가치가있는 민족유산이기 때문에 거기 걸맞게 만들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용산기지 내 오염문제는 남은 과제다.

김 장관은 “총리를 위원장으로 국토부, 환경부, 국방부, 서울시가 다함께 용산공원 추진위를 만들어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측은 미군이 환경보호와 건강문제에 굉장히 민감하다면서 오염문제를 부인했다.

토미 마이즈 주한미군 재배치단 단장은 “제가 용산미군 기지내 험프리캠프에 가족들과 수년간 살아왔다”면서 “버스투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기지 내 가고 싶은 곳, 보고싶은 곳을 다보고 오염된 곳이라는 누명을 벗었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용산기지 버스투어는 12월까지 총 7번이 진행된다. 참가신청은 무료이며 용산문화원 홈페이지(www.ysac.or.kr)에서 받는다.

용산
2일열린 용산 미군기지 버스투어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왼쪽에서 네번째)가 위수감옥에서 설명을 듣고있는 모습/제공=국토부
정아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