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
지난 16일 종영된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는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꿈꾸는 이상주의 열혈 초임 판사 박차오름(고아라), 섣부른 선의보다 원리원칙이 최우선인 초엘리트 판사 임바른(김명수), 세상의 무게를 아는 현실주의 부장 판사 한세상(성동일), 달라도 너무 다른 세 명의 재판부가 펼치는 법정 드라마였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따뜻함을 전한 웰메이드 드라마였던 만큼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 회는 5.3%(닐슨코리아·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작품만큼 호평을 받았던 배우도 있다. 아이돌 편견을 깬 김명수가 그 주인공이다.
김명수는 극중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4부 우배석판사 임바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섣부른 선의를 펼치려는 박차오름을 통해 성장했고, 원리와 원칙이 우선이었지만 결국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된,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김명수는 이번 작품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전제작된 '미스 함무라비'를 보며 자신의 부족한 면이 더 보였다고 고백했다.
"작품 촬영을 모두 마치고 모니터를 하니 제 스스로의 단점을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해요.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 노력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원작이 소설인 '미스 함무라비'는 최초로 현직 판사가 대본을 써 화제를 모았다. 김명수는 '임바른'을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감독·작가와 끊임없는 대화를 나눴다. 특히 문유석 판사와는 사적인 만남도 자주 갖고 함께 수다를 떤다고 했다.
"작가님이 제 성격이나 성향을 임바른에 많이 투영해서 쓰셨다고 하더라고요. 임바른은 많이 참는 편이고 그 대신 마음의 소리를 내레이션을 통해 내잖아요. 마음의 소리와 대변되는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작가님과는 저번에도 만나서 5시간이나 수다를 떨었어요. 대화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세요. 판사님이시기도 해서 재판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도 있는데 그때는 정말 '판사님'같더라고요(웃음). 작가님은 오히려 본인이 정보왕(류덕환)에 가깝다고 하시더라고요. 박차오름은 되고 싶었던 인물이고요. 사실 현실에 바른이나 차오름 같은 인물은 별로 없죠. 다들 현실에 순응하면서 살아가요. 그럼에도 댓글을 보면 바른이나 오름이 같은 인물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말들도 있었어요. 판타지 같은 드라마이지만, 오히려 현실이 판타지 같을 때도 있잖아요."
'미스 함무라비'는 사회적인 문제를 직접적으로, 구체적으로 다루며 피해자의 편에 섰던 작품이다. 판사를 전면으로 내세워 사회의 구조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또 그 안에 속한 법원 역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꼬집었다.
"사회적인 문제들에 관심도 많아지고 몰랐던 부분이 깨어나기도 했어요. 원래 알고 있었지만 묻어놨던 것들을 끄집어보게 되는 작품이죠. 마음의 소리만 내던 바른이도 변화를 하잖아요. 바른이나 차오름이나 한세상이나 모두 성장하는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김명수는 이번 작품으로 다시 한 번 '아이돌 편견'을 깰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전 작품에서 연기적인 비판도 모두 수용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기 때문이고, 또 '편견'을 한 번 더 깨어야 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저는 '김명수'보다 '엘'로 더 알려졌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시 선입견이 도사릴 수도 있죠. 결국 제가 잘해야 그것마저 깨어진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번 작품에선 판사 역할이었는데 어려보이는 데다 아이돌이니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더욱 노력했던 것 같아요."
올해 안에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또 차기작도 준비할 것이라는 김명수는 '쉬는 법'을 모르는 워커홀릭이다. '미스 함무라비'가 끝난 후 곧바로 솔로 팬미팅을 가지며 바쁜 나날을 보낸 김명수는 앞으로도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많다고 했다.
"앞으로는 '김명수'가 '인피니트 엘'을 이기는 게 목표에요. 가수로서의 엘도 인정받고 싶지만 배우로서의 김명수도 인정받고 싶어요. 모두 잘 하고 싶은 만큼 열심히 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