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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은 23일(현지시간) “소비자 지불 방식의 미래는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이 아닌 중국에서 디자인되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돈은 소셜미디어(SNS)·상거래·은행이 혼합된 일련의 디지털 생태계를 통해 흐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서구권 대형 은행들과 신용카드 업체들이 이들 중국 모바일 페이 업체의 부상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모바일 페이 플랫폼인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페이’와 텐센트 홀딩스의 ‘위챗페이’는 현재 월간 사용자수(MAU)가 각각 5억 2000만 명과 10억 명에 달한다. 2016년 소비자들이 이 두 플랫폼을 사용해 거래한 금액은 2조 9000억 달러(약 3130조 원)에 달한다. 이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소비자 상품 거래대금의 약 절반 수준이라고 지불 업체 전문 컨설팅 업체 아이테 그룹은 밝혔다.
미국의 대형 은행들을 사로잡은 것은 중국 모바일 페이 사업의 규모가 아니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 등 중국의 모바일 페이 플랫폼이 은행을 거치지 않고 결제를 처리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거지도 구걸을 모바일 페이로 한다’는 말이 농담처럼 나올 정도로 모바일 페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들 중국 모바일 결제 업체들은 이미 미국 시장에 대한 침투를 시작했다. 마윈 회장의 앤트파이낸셜이 소유한 알리페이는 지난해 자사의 기술을 미국을 도입하는데 상당히 공을 들였으며, 이제 뉴욕 택시들 상당수가 알리페이를 결제 수단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중국 관광객들만 이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알리페이는 조만간 미국 소비자들의 삶 속에 깊숙히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모바일페이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활성화되면 은행들은 수익이 상당 부분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 은행들은 중국 은행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이점을 가지고 있다. 불과 10년 전, 모바일 결제 붐이 일어나기 전까지 중국의 신용카드 시장은 대부분의 사업체들이 현금으로만 운영되면서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반면, 미국은 수세기 동안 은행과 신용카드 등 전통적인 플랫폼들이 공고한 기반을 구축해 왔다.
미국에서는 중국에 비해 여전히 소비자들이 비현금 거래를 하는데 있어 여전히 은행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미국 소비자들은 수표나 현금카드·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다른 비현금 결제 시스템도 은행 계좌를 거쳐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은행들은 고객들과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많은 고객들이 여전히 ‘은행 지점’에 들러 ‘자신의 돈을 방문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또한 미국 은행들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지원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온 IT 업체나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자국의 IT 기업들이 미국에서도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중국 성공사례를 재현하려고 한다는 점은 미국 은행들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는 기존 대형 은행들과 신용카드 업체들이 수익 수십억 달러를 사라질 위험에 처하도록 만들고 있다.
닐슨의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상인들이 카드와 모바일 페이로 결제하는 고객을 받기 위해 카드사 등에 치르는 수수료가 연간 9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돈은 대부분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 등 국제 브랜드 카드 업체와 은행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그러나 중국의 전문가들은 2020년이 되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같은 제3자 지급 제공 업체들이 이 수수료의 40%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같은 속도로 제3자 지급 제공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진다면 은행들은 연간 430억 달러 가량의 수익을 잃게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처럼 이러한 모바일 페이의 사용 활성화로 현금의 사용이 크게 줄어들면 은행들은 다른 형태의 수입도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통신은 전망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제 저축도 은행이 아닌 앱을 이용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2013년부터 금융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 서비스는 2430억 달러를 끌어모아 세계 최대 머니마켓펀드(MMF)로 성장했다. 이는 은행들에게 또다른 골칫거리다. 은행들은 전통적으로 고객 예금을 유치해 그 돈을 다시 대출 사업에 활용해서 수익을 창출해 왔다. 만약 미국 소비자들도 여분의 현금을 은행이 아닌 앱으로 저금하기 시작한다면, 은행들은 자금원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