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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장례식장엔 전날 밭일을 끝내고 귀가하다 탑승한 미니버스의 추락 사고로 안타깝게 숨진 양정자(76) 문순임(75) 김순림씨(72) 등 나주 반남면 흥덕리 한마을 거주 할머니 3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5명의 자녀를 둔 문순임씨의 남편 김용진씨(76)는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망연자실해 있었다. 전날 용돈을 벌려고 밭일 작업을 하러 새벽 4시 30분 집을 떠난 문씨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김씨는 당일 오후 5시가 넘으면 돌아와야 할 사람이 돌아오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곧 돌아오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광주에 사는 며느리의 전화를 받고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며느리는 “아버님, 어머님 작업 나가시지 않으셨어요? 지금 영암 신북에서 인부를 태운 버스가 추락하는 사고가 났다고 뉴스가 떴는데 빨리 확인보세요”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김씨는 “무슨 소리냐, 너희 어머니는 아무일 없을 거야, 금방 돌아올거야”라고 말했는데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되어 집이 아닌 장례식장에서 만나게 될 줄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깊은 한숨을 지었다.
김씨는 오후 5시19분께 사고가 났지만 밤 10시까지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아 가족과 함께 경찰서 등 곳곳으로 아내의 소식을 듣기 위해 5시간가량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고 경찰과 소방당국에 분통을 터트렸다.
문순임씨는 평소 자녀들에게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큰 아들을 제외한 네 자녀들은 광주에서 살기 때문에 자주 시골집을 찾는다고 말했다.
광주에 사는 막내딸 김영란씨는 비보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 밤새 장례식장을 지켰다. 김씨는 “생전에 어머니는 김장철이면 배추 400포기 이상을 담그실 정도로 억척스럽게 자녀들을 사랑하며 키우셨다”고 회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매주 밑반찬과 김치를 마련해 자식들에게 갖다줄 정도로 자식 사랑이 뜨거웠던 어머니라며 아직도 돌아가셨다는 것이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는 “더욱 안타까운 것은 어린이날인 5일 30여명의 가족이 나주 집에서 모이기로 했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일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슬퍼했다.
알타리 무 작업을 하게 되면 보통 일당 6만원이 지급된다. 할머니 등 이를 받은 작업자들은 손주들이나 자신을 위한 용돈으로 사용한다.
영란씨는 “어머니가 집에만 계시면 너무 무료하고 심심해 하실까봐 요 며칠 못 본 채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더욱 안타까워했다.
영산포제일병원장례식장에는 사촌 동서 사이인 이순애씨(83)와 김옥금씨(78)의 빈소가 차려졌다. 이 씨의 아들 황인호씨(64)는 “어머니가 당숙모(김 씨)와 한 마을에 사시면서 함께 일하러 다니시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같은 날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울먹였다.
이어 “어머니는 몸이 괜찮고 하루 일하고 나면 돈도 벌고, 비슷한 또래를 만나서 이야기도 할 수 있어 좋다”며 일을 만류하는 아들을 설득해 왔다고 말하며 애통해 했다.
이번 사고로 미니버스에 승차했던 15분의 할머니들 중 8명이 사망했으며 7명이 중상을 입어 광주와 전남지역 병원에서 치료중이며 이 중 1명은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윤 나주부시장은 “유족들과 협의해 장례는 개별로 진행하더라도 합동분향소를 준비해 시민들이 애도를 표할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