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SK그룹이 단행한 대규모 인사는 기본적으로 최 회장이 지난 10월 CEO세미나를 통해 밝힌 ‘SK 틀을 깨는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첫 단추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변하지 않으면 서든데스(돌연사)할 수 있다”며 근본적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재계 및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SK네트웍스 등 주요 4대 계열사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총액은 지난해 9조2153억원 보다 약 15.3% 줄어든 7조802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4분기 빠른 회복을 맞고 있지만 3분기까지 하이닉스 실적은 전년대비 반토막 수준을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신임 의장을 맡게 된 조 사장은 그룹을 총괄하는 2인자로서 협의회내 신설된 전략위원장을 겸임한다. 그룹 전체 성장을 견인하고 혹시 모를 오너 리스크 발생 시 공백까지 메워야 하는 중역이다. 그룹은 현재 방대한 조직을 효율화하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과감한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하는 중대한 시점을 맞고 있다.
그룹 주축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을 이끌게 된 김준 SK에너지 사장은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국제유가 흐름과 중국 유화시장의 동향을 읽고 자원개발 및 신사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게 과제다.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은 3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우호적 경영환경에 따른 결과라 마냥 장밋빛 전망을 기대할 순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텔레콤을 맡게 된 박정호 사장은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최근 회사는 업계 맏형 답게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만 제공하던 플랫폼을 모두에게 개방하면서 T맵 사용자는 50% 가량 급증했고 T전화 사용자는 1000만을 돌파했다. 추후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하고 서비스하는데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 대표에 오른 박상규 워커힐호텔 총괄 부사장의 최우선 과제는 최근 시내면세점 특허권 입찰에 실패한 후폭풍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있다. 기존에 운영하던 면세점 종업원의 고용승계와 재고처리, 사업부지 활용방안 등의 숙제를 풀어야 한다. SK매직의 인수에 따른 시너지 창출에도 신경써야 한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0월 6100억원을 들여 당시 동양매직의 지분 100%를 사들여 사명을 SK매직으로 바꿨다.
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는 장동현 SK텔레콤 대표가 기존 홀딩스와 C&C 부문을 모두 총괄하게 되면서 추후 조직의 개편이 보다 용이해 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M&A와 사업재편으로 신규 포트폴리오를 갖추면서 대표적인 사업형 지주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SK주식회사는 추후에도 반도체 소재부문 성장성과 물류·바이오 등 신규사업, SK E&S의 발전소 가동, C&C의 IT서비스 자체사업 등 고공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를 이끌고 있는 박성욱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SK하이닉스는 부진한 업황 탓에 실적이 전년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232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25% 늘어난 놀라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 등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게 과제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혁신을 치밀하게 구상해 왔다”며 “최 회장이 지난 10월 ‘이젠 치열하게 실천할 때’라고 선언한 이후 내보인 과감한 행보라 이후 SK의 변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