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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울화’ 초기 관리 중요 … 술로 달랬단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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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의학전문기자

승인 : 2016. 11. 24. 11:00

치솟는 ‘울화’로 국민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즐겁고 가슴 따뜻한 소식은 없고 화만 돋구는 현실 때문이다. 오랜 경기불황·고용불안에 최순실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는 가슴을 뚫고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가슴 속 ‘울화’를 장기간 방치하면 심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관리와 극복 노력이 필요하다. 우울·불안 증세가 발전해 만성화되면 고혈압·뇌졸중 등 신체 건강을 위협하는 독소가 될 수 있어서다. 울화를 술로 다스리는 것은 절대 금물. 스트레스를 악화시켜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 가슴 두근두근·허무·허탈…‘화병’

최근 강동경희대병원을 내원한 47세 여성 A씨. 최근 들어 부쩍 화가 치밀어 올라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허무함과 불안감마저 밀려 오는 일이 며칠씩 반복되다 보니 얼굴에 열이 차고 명치 끝도 갑갑해 소화도 잘 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치미는 울화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A씨 상태는 전형적인 화병 초기 증상이다. 화병은 보통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못하고 누적되면서 발생한다. 화를 표현하지 못하고 지내다 쌓인 화를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초기에 잘 다스리지 못하면 우울이나 불안 등의 정신적 문제로 진행될 수 있고 장기화 되면 고혈압·뇌졸중·소화장애 등의 신체 문제를 유발한다.

울화는 자연스런 감정의 표출로, 울분의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사건의 본질에 대해 차분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문제를 이성적으로 바라볼 여유가 생기면 울분의 감정 또한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공감하는 사람과 대화를 통해 울화를 털어놓는 것도 방법. 혼자 속으로 부글부글하면서 허무한 무기력에 빠지지 않도록 실천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 컨디션과 감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되 자극적인 뉴스는 피하고, 산책 등 운동을 30분 이상 하면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답답함이나 소화장애·불면·두통 등의 증세를 보인다면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가 권고된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는 24일 “최근 들어 유독 뉴스 때문에 생긴 화를 주체하지 못하겠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늘었다”며 “뉴스를 보며 생기는 울화를 나만의 문제로 돌리기보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통해 표출하면서 이성적 해답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사랑중앙병원_보도자료 이미지
/자료=다사랑중앙병원
◇ 스트레스 술로 풀면 상태 더 악화돼

치미는 스트레스나 울화를 술로 달래서는 안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술을 마시게 되면 결국 뇌가 음주 행위를 도파민 분비 상황으로 착각하게 돼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될 때마다 술이 생각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최근 사회·경제 상황은 술 권하는 사회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통계청의 올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반적인 가계 소비가 줄어드는데 반해 술과 담배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가지 소주 매출은 전년 대비 25% 급증했다. 술과 담배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술 판매가 늘면 뇌가 착각을 일으켜 ‘스트레스=술’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뇌에 도달한 알코올은 쾌락중추라 불리는 뇌 보상회로를 자극해 도파민의 생성이나 분비를 돕는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반복적인 음주로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알코올 섭취를 늘려 올코올 중독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연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술을 마신 후 우울한 기분이 더 심해져 오히려 술을 더 찾았다”면서 “스트레스를 술로 해소하다 보면 처음에는 기분이 나아질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알코올에 대한 의존성이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김시영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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